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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클라마칸 리포트]서부는 세계로, 세계는 서부로

입력 | 2005-07-19 03:03:00

‘서부의 관문’ 컨테이너 빼곡‘서부의 관문’ 충칭의 화물전용 항구인 주룽포 부두는 요즘 서부를 오가는 수출입 화물로 초만원이다. 12년 전 부두 착공 당시를 기준으로 연간 화물량의 50배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지만 화물량이 폭증하면서 포화상태가 됐다. 컨테이너를 트럭에 싣고 있는 고가 이동 기중기 너머로 부두에 도착한 화물선이 희미하게 보인다.충칭=원대연 기자


《충칭(重慶)의 주룽포(九龍坡) 화물터미널. 고가이동기중기가 쉴 새 없이 하역작업을 하는 가운데 8000여 개의 컨테이너가 빼곡히 들어찬 3만여 평의 야적장에선 짐을 실은 대형트럭들이 꼬리를 물고 빠져나가고 있었다. 서부대개발 5년 만에 창장(長江)강 상류의 하운(河運)중심기지로 떠오른 활기찬 충칭의 모습이다. 화물전용 부두인 주룽포에서 지난해 처리한 컨테이너 화물은 13만8000TEU(1TEU는 20피트 규격 컨테이너 1대분). 1999년 1만 TEU에 비해 1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올해 예상 물동량은 18만 TEU다. 또 매년 30∼40%씩 늘어나는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연간 처리능력 70만 TEU의 춘탄(寸灘) 터미널 공사도 한창이다. 서부대개발로 길이 나고 물길이 트이면서 중국 서부가 세계와 하나로 묶이고 있다. 서부 오지 구석구석까지 세계의 유명 브랜드가 밀려들고 있다. 거꾸로 서부의 자원이나 상품도 이제는 손쉽게 세계 각지로 팔려 나간다.》

▽‘재앙의 물길’이 ‘황금수로’로=여름이면 범람해 인류에 재앙을 안겨 주던 창장강이 서부대개발로 황금알을 낳는 수상고속도로로 바뀌고 있다.

창장강의 물길이 정비되면서 에버그린(evergreen) Kline 등 세계적 물류업체들이 앞다퉈 서부로 진출하고 있다. ‘서부 최대의 약점’이던 물류가 이제는 ‘초고속 성장산업’이 된 셈이다.

충칭이 서부 하운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서부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쓰촨(四川) 성 수출입 화물의 50%가 충칭 항구를 거쳐 나가고 들어올 정도로 서부의 수출입 화물은 대부분 충칭을 거친다.

싼샤(三峽) 댐의 건설로 큰 배가 드나들 수 있게 된 것도 큰 이유 중의 하나. 2003년 댐의 2단계 공정이 마무리되면서 당초 1500t 규모의 화물선만 출입이 가능하던 충칭에 지금은 5000t 급 배가 드나든다. 2009년 3단계 공사가 끝나면 1만 t 급 화물선이 충칭까지 들어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충칭에서 상하이(上海)에 이르는 2500km의 창장강 수로는 철로 8개의 부설 효과와 맞먹는다는 게 물류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통팔달(四通八達)의 청두(成都)=충칭이 수로를 이용한 하운의 중심기지라면 청두는 도로와 철도를 이용한 육상 물류의 중심기지다.

서부의 도로는 청두를 중심으로 뻗어 있다. 충칭 시안(西安) 란저우(蘭州) 우루무치(烏魯木齊) 등 서부의 대도시는 모두 청두를 거쳐 연결된다. 서부의 철도와 도로를 잇는 팔종팔횡(八縱八橫)과 오종칠횡(五縱七橫) 프로젝트도 교통의 요충지인 청두가 중심이다. 1995년 서부 최초로 청두∼충칭 고속도로가 건설된 이후 지금까지 서부에 건설된 고속도로만도 경부고속도로의 16배가 넘는 7000여 km. 고속도로와 철도가 곳곳에 깔리면서 물류비용도 크게 줄고 있다.

청두∼상하이의 2400km 도로는 중간 400km를 제외한 나머지 전 구간에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운송비가 2000년에 비해 40% 이상 줄어들었다. 창장강을 이용하는 화물선 역시 싼샤 댐이 일부 완공되면서 30∼40%의 비용이 절감됐다는 게 중국 정부의 설명이다.

이처럼 인프라가 깔리고 물류비용이 줄어들면서 5년 전만 해도 좀처럼 외국 상품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우루무치나 시닝(西寧) 등 오지에서도 요즘은 베르사체 샤넬 구찌 애니콜을 비롯한 세계의 유명 브랜드 제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태평양㈜의 화장품이나 CKC의 아이스크림, 맥심 커피나 한국산 의류 등도 어딜 가나 눈에 띈다.

▽서부의 물류시장을 선점하라=지난해 말 현재 머스크 로지스틱스(Maersk Logistics) EXEL DHL 등 청두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은 300여 개. 중국 내 기업까지 합치면 무려 1000여 개의 물류업체가 청두에서 성업 중이다. 서부 전체로 따지면 세계 500대 물류기업 중 450개가량이 서부에 진출했다.

반면 한국 물류기업의 진출은 아직 초기 단계다. 지난해 말까지 서부에 진출한 한국 물류업체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삼성로지스틱스, 범한종합물류㈜와 여객회사인 대우 및 금호의 현지 합작회사 등 6개.

물류 프런티어인 이들 한국 기업은 서부 선점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1995년 청두에 진출한 대우의 현지 합작회사는 매년 200만 달러 이상의 순익을 내고 있다. 2003년 말 충칭에 진출한 한진해운 역시 지난해 150만 달러의 운임수입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270만 달러의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KOTRA는 이 같은 시장 잠재력을 감안해 올해 말경 청두에 한국 기업들이 함께 쓸 수 있는 공동물류센터 설치를 추진 중이다.


▼10만여명의 방방맨 “충칭시 物流 내손안에…”▼

10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짐꾼 ‘방방맨’ 10만여 명이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충칭=원대연 기자

‘대나무 하나로 도시 물류를 책임진다.’

서부의 관문인 충칭 시 중심가. 대나무 막대기 하나만 달랑 들고 다니는 짐꾼들이 30∼40층 초현대식 빌딩 사이를 미끄러지듯 누비고 다닌다. 길이 1.5∼2.5m의 대나무 양쪽에 짐을 매달아 나르는 이들은 이른바 ‘방방(棒棒)맨’.

과일, 야채, 쌀에서부터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못 나르는 물건이 없다. 물건이 너무 크거나 무거우면 2∼4명이 한 조가 되어 공동작업을 한다.

주요 활동 무대는 충칭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차오톈먼(朝天門) 부두와 백화점, 시장. 잡화를 실은 배가 들어오는 이른 아침엔 1000여 명의 방방맨이 차오톈먼 부두로 쇄도한다.

컨테이너를 수백 개씩 실은 수천 t 급 배와 적재중량 30∼40t의 트럭 등 현대식 운송수단이 1000년 전통의 재래식 기구와 혼재하는 곳이다.

가격은 100m당 0.5∼1위안(약 63∼125원). 한 사람이 메고 갈 수 있는 짐이라면 무게는 크게 따지지 않는다. 충칭의 방방맨은 10만여 명. 이들의 하루벌이는 보통 10∼15위안(약 1250∼1875원)으로 한 달 수입은 500위안 정도다.

방방맨의 발달은 충칭의 도시 지형과 연관이 깊다. 산성(山城)인 충칭은 도시 전체가 5∼30도의 경사지대로 중국에서 자전거가 없는 유일한 도시다. 급경사 때문에 결국 사람이 짐을 지고 나르는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충칭 한진해운의 최정재(崔正宰) 지점장은 “운송수단이 발전하면 구식 수단은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나 10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충칭의 방방맨은 오늘도 충칭 물류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반병희 차장(팀장·국제부)

하종대 기자(사회부) 이호갑 기자(국제부)

이은우 기자(경제부) 이정은 기자(정치부)

원대연 기자(사진부) 김아연 정보검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