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흥행의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할리우드 최고 미남스타 톰 크루즈가 다시 만난 블록버스터 ‘우주전쟁’을 보고난 관객들이 가장 먼저 보이는 반응이다. 외계인의 지구 침략을 담은 흥미진진한 SF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은 예상보다 소름끼치고 어두우면서도 어딘지 덜 화끈한 이 영화의 분위기를 궁금해 한다. 이는 스필버그가 이 영화를 통해 그간 자신이 이룩한 흥행공식을 벗어나는 아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전쟁’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바로 영화적 ‘리듬’과 ‘시점(視點)’. 이 영화를 역시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가 호흡을 맞췄던 전작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와 비교해 뜯어보면, 똑같이 미래사회에 대한 어두운 세계관을 담았으면서도 ‘우주전쟁’이 도달하려 했던 목적지는 무척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리듬=‘마이너리티…’는 시작하자마자 10분여 동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속도감 있고 아슬아슬한 에피소드로 관객을 홀린다. 이른바 ‘할리우드 5분 법칙(시작 5분 내에 관객의 시선을 끄는 화끈한 이야기를 배치하는 것)’에 충실한 것. 극적 긴장도는 마치 쉼 없이 가파른 산을 오르는 것 같은 전형적인 SF 액션 영화의 ‘긴장 곡선’을 밟는다. 이런 긴장 상승을 가능케 하는 장치는 주인공이 경찰을 상대로 벌이는 스릴 만점의 탈주극. 예언자들에 의해 살인이 예고되면 살인이 일어나기 전 범인을 붙잡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일을 맡은 범죄예방수사국의 존 앤더튼 반장(톰 크루즈)은 어느 날 예언을 통해 자신이 살인범으로 지목되자 동료 경찰의 추격을 받는다. ‘마이너리티…’의 이야기는 주인공이 범죄예견시스템의 허점을 하나하나 벗겨가는 미스터리 영화 형식을 따른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과 사건의 논리적 연결을 통해 극적 긴장을 고조시켜가는 것.
반면 ‘우주전쟁’의 리듬은 낯설다. 전체적으론 ‘사건의 징후→사건 발생→인간의 희생→인간의 위기 극복’이라는 재난영화의 긴장곡선을 따르는 듯 보인다. 그러나 영화적 긴장을 지점별로 표시해 보면, 중간 중간 긴장도가 급속히 곤두박질치는 ‘골짜기’들을 발견하게 된다. 외계인의 지구침략으로 긴장이 고조되는가 싶다가도, 다음 대목에선 이런 화려한 이야기의 탄력에 올라타는 것을 거부하고 가족 내 갈등과 화해라는 ‘소시민적이고 내면적인’ 이야기로 내려오는 것이다.
이런 ‘요요 곡선’은 가족이라는 ‘작은’ 관점을 통해 외계인의 침략이라는 ‘큰’ 이야기를 풀어내겠다는 스필버그 감독의 의도를 드러낸다. 관객을 한껏 하늘로 들어올렸다가 내려놓으면서 ‘완벽한 환상’을 선물하기보다는 관객이 중간 중간 평상심을 회복해 사건의 의미를 곱씹어보기를 원하는 것. 톰 크루즈가 그 흔한 ‘영웅’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점=‘우주전쟁’의 결말에 다소 허탈해하는 관객도 있다. 외계인이 갑자기 절멸하고 사라졌던 아들이 ‘뜬금없이’ 나타나 아버지와 재회하기 때문이다. 이는 논리의 결핍이 아닌 감독의 선택. 스필버그 감독은 한 아버지의 시각에서 단 한번도 벗어나지 않는 ‘1인칭 시점’을 고수한다. 외계인에 대한 지구방위군의 대응전략이나 외계인의 구체적 실체처럼 주인공이 목격하거나 경험할 수 없는 차원의 내용은 일절 묘사·설명되지 않는다. 이는 사건에 대한 관객의 ‘이해’보다는 ‘체험’을 유도하기 위한 것. 영화의 시작과 끝부분에 배치된 짧은 내레이션을 통해서만 사건의 개요를 전달한다.
반면 ‘마이너리티…’는 대부분의 SF 액션 영화와 마찬가지로 ‘3인칭 시점’을 따른다. 주인공을 제외한 제3자들(주인공의 전 아내, 경찰국장 등)간 대화를 통해 관객이 사건의 전모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몰입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