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자 이 코너에서 소개한 ‘BBC의 신선한 실험’은 과연 전 세계 음악팬들 사이에 지대한 반향을 몰고 온 듯하다. BBC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이 방송사 웹사이트에서 무료 MP3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게 한다는 이 시도는 수백만 명이 파일을 내려받은 데 이어 또다시 누리꾼(네티즌)들이 서로 파일을 주고받음으로써 감상자가 몇 배로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미소 짓는 사람이 있으면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최근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이 일 때문에 대형 음반사의 ‘사장님’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터넷으로 무료 파일을 제공하는 시도는 앞으로 나올 음반이나 유료 파일들을 ‘불공정한 경쟁에 놓이게 만든다’는 것이 분노의 핵심이다.
한 예로 클래식 음반 판매량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며 유료 음악파일 제공 서비스 ‘낙소스 뮤직 라이브러리’도 운영하고 있는 낙소스사의 영업이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공의 기금을 받는 방송사가 이런 일을 한다면 이는 분명 음악의 가치를 저해하는 행위다.” 기자가 이전 칼럼에서 우리나라의 ‘공공 기금을 받는’ 방송사에 대해 무료 음악파일을 제공하라고 촉구한 것과는 사뭇 상반되는 반응이다.
과연 그의 지적처럼 누리꾼들이 공짜 파일을 내려받는 데 맛을 들이면 음악의 가치를 귀하지 않게 생각하고 음반 구입에 돈 들이는 일을 그만두게 될까. 당장 결론을 내리고 싶지는 않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은 분명하다. 이제는 음반사와 음악가, 나아가 그동안 ‘지적 복제’와 ‘소유’에 대해 이런저런 담론을 펼쳐온 문명사가들도 더 이상 주장만 펼칠 때가 아니라 미숙하면 미숙한 대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시작할 때가 왔다는 사실이다.
‘웬디’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영국의 한 블로거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레드삭스 팀의 야구경기를 TV로 보고 열광한 청소년들은 결국 야구장에 가게 된다’고 썼다.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무료 음악파일이 많아질수록 클래식의 저변은 확대되고, 공짜 파일로 클래식의 매력을 알게 된 젊은 팬들은 음반을 사고 공연장을 채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자는 최근 한 음악가와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앞으로 음반계의 전망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클래식 음반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재나 공공재가 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당장은 그 대답보다 블로거 ‘웬디’의 대답이 더욱 현명한 것 같다. 현실적이기도 하거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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