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시에 있는 전자업체를 팝니다. 대지와 임야가 9000평, 건물은 2000평입니다. 매도 희망가격은 5900억 원.’
‘경기지역에 있는 석유화학 기초화합물 제조업체를 삽니다. 외부 감사인(회계사)으로부터 감사를 받아왔던 업체여야 합니다. 매수 희망가격은 500억 원.’
우리은행이 최근 홈페이지에 개설한 기업매매정보 사이트에 중소기업을 사고팔겠다는 주문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중소기업 매매를 위한 직거래 장터가 열린 것.
시중은행들은 기업금융의 노하우를 수익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기업 복덕방’을 잇달아 개설하고 있다.
○ 중소기업 매매시장이 열린다
우리은행이 기업매매정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이달 6일. 매물로 나온 중소기업은 20일 현재 12개 업체, 매수 요청도 11건에 이른다.
매물로 나온 업체 가운데는 관광호텔, 사우나, 리조트 등이 6건이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기업이 부채비율을 낮추려고 매각하려는 자산이다.
기업을 사겠다는 사람들은 모두 서울이나 경기지역에 있는 업체를 원했다. 수도권 공장총량규제로 공장 부지를 찾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 ‘기업 복덕방’을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연 매출 300억 원 정도인 수도권 유통업체를 사고 싶다고 밝히면 은행이 해당 업체 오너를 찾아내 비밀유지 계약을 맺고 거래를 추진하는 방식.
매수 및 매도기업을 합쳐 월평균 6건의 신청이 들어온다. 현재 10여 개 기업과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업은행도 공장매매정보센터를 통해 공장을 사고파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새로운 수익원
은행들이 중소기업 매매중개와 인수합병(M&A)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새로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틈새시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이른바 ‘빅 딜’로 불리는 대기업 M&A 시장에서는 투자은행(IB)과 대형 로펌, 회계사무소 등이 치열하게 수주 경쟁을 하지만 중소기업 시장은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우리은행 기업금융단 이창민(李昶旼) 차장은 “중소기업 M&A는 창업주가 동종업계 지인에게 사달라고 요청하거나 파산에 이르러 경매시장에서 처분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이 관련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중소기업 M&A 시장도 활성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중개 과정에서 각종 수수료 수입을 올릴 수 있고 해당 기업을 주거래 고객으로 유치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