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500만 원.’(A 부동산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C아파트 53평형 시세)
‘5억 원.’(B 부동산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같은 아파트 시세)
같은 아파트 시세가 인터넷 사이트별로 이렇게 엄청나게 다른 것은 일부 중개업자가 시세 상승을 부추겼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게 된 중개업자들은 친인척 명의로 아파트를 사들인 뒤 인터넷상에서 해당 아파트 값을 부풀려 차익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 개업과 폐업 반복하기도
분당에서 부동산 중개업소 3곳을 운영하는 C 씨는 2003년부터 친인척 명의로 아파트 10채를 사들인 뒤 일반 호가보다 4억∼5억 원 높은 값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시세 정보를 제공했다.
이런 방식으로 가격을 끌어올린 뒤 집을 팔아 차익을 챙기면서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로 중개업소 개업과 폐업을 반복했다.
일부 중개업자는 C 씨처럼 본인이 직접 투기를 하기도 하며, 일부는 작전세력과 결탁해 집값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서울 강남의 중개업자 P 씨는 “매물이 부족할 때는 1개 단지에서 몇 개 중개업소만 담합하면 단기간에 집값을 몇 억 원씩 끌어올릴 수 있다”고 털어놨다.
아파트 부녀회의 압력을 받아 높은 가격으로 시세 정보를 제공하는 중개업소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 인터넷 사이트가 투기꾼의 활동무대로
부동산중개업계와 투기꾼들 사이에는 속칭 ‘알나리깔나리’라는 용어가 있다.
우선 중개업자나 투기꾼 중 한 명이 부동산 전문 인터넷사이트의 회원전용 코너에 “D아파트가 투자할 만하며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다.
글을 올리는 사람은 업계의 ‘고수’로 꼽히는 사람. 이어 회원 중 일부가 아파트를 집중 매입한 뒤 호가를 끌어올리고, 중개업소는 부풀린 호가를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다.
처음 글을 올리는 것을 ‘알나리’라고 하고 이에 화답해 매입에 나서는 것을 ‘깔나리’라고 부른다. 인터넷 사이트가 투기세력의 활동무대인 셈.
일부 중개업자는 아파트 매입 계약을 하고 계약금만 치른 뒤, 금세 인터넷 등에서 집값을 올려 매도자의 해약 요구를 유도하기도 한다. 해약에 따른 위약금을 챙기는 수법이다.
인터넷을 통한 가격 왜곡에는 거래 침체가 한몫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포털사이트 ‘유니에셋’의 김광석 정보분석실장은 “거래가 뜸해 시세가 형성되지 않으니 높은 호가가 그대로 인터넷에 실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