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 안의 남자가 김일련 씨한나라당 ‘김희선 의원 선친 친일행적 진상규명 조사단’이 공개한 김일련 씨(점선 안) 사진. 이 사진은 1944년 중국에서 김 씨의 남동생(앞줄 가운데 나비넥타이를 맨 이) 결혼식 때 찍은 것으로 김 씨가 안고 있는 아이는 김 의원의 오빠라고 조사단은 밝혔다. 사진 제공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김희선(金希宣) 의원 부친의 친일행적이 현지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고 20일 밝혔다.
한나라당 ‘김희선 의원 선친 친일행적 진상규명 조사단’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의원의 부친인 김일련 씨가 일제강점기에 가나이(金井), 또는 가네야마(金山) 에이이치(英一)라는 창씨명의 만주국 경찰로 활동하며 독립군을 탄압해온 사실을 중국 현지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이날 중국 지린(吉林) 성 정부와 퉁화(通化) 시 류허(柳河) 현 등지에서 김 씨에게 검거됐던 독립군 참모장 최창도, 소대장 최진규 씨의 후손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했다. 또 김 씨의 친일행적을 직접 목격했다는 최모(78) 씨의 증언도 공개했다.
이 테이프에는 최 씨 등이 자료사진 속의 한 남성을 가리키며 “이 사람이 가네야마야. 조선 사람들을 체포하고 조사했는데 잡히면 큰 칼로 목을 쳐서 류허강변 버드나무에 매달아 놨지. 독립운동 하지 말라고 겁주고 엄청 많이 죽였지…”라고 진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만주국 공무원명단에 올라
중국 랴오닝 성 선양 시의 문서보관소에서 발견된 만주국 관공리(공무원) 일람표. 한나라당은 화살표 부분의 ‘가나이 에이이치(金井英一)’가 김희선 의원의 부친인 김일련 씨가 창씨개명한 일본 이름이라고 밝혔다. 사진 제공 한나라당
조사단은 또 발신지가 ‘러시아 베르호얀스크’로 돼 있는 김 씨의 엽서도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문서 조사 작업에 참여한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베르호얀스크는 (일제 패망 후) 악질 친일분자나 흉악범을 수용하던 수용소가 있던 곳”이라며 “이 엽서가 김 의원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독립운동을 한 아버지의 유품으로 둔갑됐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장인 고정균(高正均) 당 법률지원단 조사위원은 “류허 현 문서보관소에 김 씨의 행적이 기록된 20페이지 분량의 자료가 있는데 보관소 측이 ‘한국정부 고위 관계자가 강력하게 항의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이날 발표한 내용과 자료 등을 김 의원의 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재정신청 사건의 자료로 21일 서울고법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한나라당이 사실관계의 입증이나 확정적인 증거자료의 제시도 없이 소수의 증언만을 포장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주장은 월간조선이 지난해 8월부터 5차례에 걸쳐 보도했던 내용을 되풀이한 것으로 월간조선이 근거로 제시한 문서와 증언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