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정·재계, 언론계, 검찰 등의 커넥션을 담은 옛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테이프 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법적 책임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자 법적 책임=불법도청 행위 자체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않은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녹음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자격정지 5년 이상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도청을 했던 안기부 직원이나 테이프에 등장하는 정치인, 대기업 간부나 전 중앙일간지 사장 등은 처벌이 어려워 보인다.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 통신비밀보호법 공소시효는 7년이고, 정치자금법은 3년이다. 뇌물죄(10년)는 대가성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테이프를 유출한 전직 안기부 직원은 기밀유출 혐의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테이프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는 통신비밀보호법상 처벌 대상이 된다. 이 언론사의 보도 내용을 인용 보도한 경우에도 역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불법 도청에 대한 공소시효는 지났어도, 그 내용을 보도할 경우 그에 대한 공소시효는 새롭게 시작되기 때문.
▽언론보도 문제없나=언론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은 “이른바 X파일이 국민적 관심사가 된 만큼 이제는 보도를 해도 명예훼손에 따른 법적 책임 문제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언론 보도 내용이 △공적 관심사이고 △진실한 경우 △결과적으로 진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나도 보도 당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명예훼손의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판사들은 신중한 견해를 보였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처음 보도를 하든, 인용해서 보도를 하든 해당 언론사가 사실 확인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공적 목적이라고 해도 언론사도 통신비밀보호법까지는 피해가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이 법이 불법도청은 물론 그 내용을 공개하는 행위까지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해당 언론사는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헌법소원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