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강원 동해시 해안에서 발생한 군 총기 탈취사건의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군과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21일 경기 가평군 청평검문소에 무장한 군인들이 배치되고 있다. 가평=변영욱 기자
군 당국과 경찰은 20일 강원 동해시 추암해수욕장 부근 23사단 예하 육군 초소에서 총기와 실탄을 탈취한 범인들이 추가 범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검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21일 밤 늦게까지 이들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치밀한 범행=20대로 추정되는 3명의 범인은 범행 과정에서 각종 도구를 이용해 무장 군인들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이들은 20일 오후 10시 10분경 초소 부근을 도보로 순찰 중이던 권모 중위와 통신병에게 길을 묻는 척하며 접근한 뒤 갑자기 몸에 숨겨둔 흉기를 꺼내 들었다. 동시에 권 중위 등의 눈에 접착용 스프레이를 뿌려 눈을 못 뜨게 한 뒤 입에 목장갑을 물리고 테이프로 막아 꼼짝 못하게 했다.
범인들은 K-1소총 1정과 K-2소총 1정 및 실탄 15발씩이 든 탄창 2개, 무전기 1대를 빼앗은 뒤 권 중위 등의 양손을 끈으로 묶고 ‘서울 34× ○○○○’ 번호판을 단 뉴그랜저 승용차 트렁크에 가뒀다. 이들은 이 차를 몰고 범행 현장에서 3km 떨어진 강릉 방면 동해고속도로 상의 동해터널 인근으로 가 권 중위 등을 내려놓고 양발을 묶은 뒤 달아났다.
▽2차 범죄 우려=대담한 범행 수법으로 볼 때 범인들은 훔친 총기로 금융기관이나 민간인을 목표로 2차 범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군 당국은 2002년 수도방위사령부 총기탈취 사건 때처럼 이번에 탈취된 총기가 강력 범죄에 사용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검거 과정에서 범인들이 훔친 총기로 인질극을 벌이거나 검거과정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또 구멍 뚫린 군 경계망=군 당국은 범인들이 서울이나 강릉 말씨를 썼고 흉기를 사용한 점, 납치한 군인들을 풀어준 점 등을 볼 때 일단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 직후 군 당국은 해당 지역의 군단과 사단에 대간첩침투작전 태세인 ‘진돗개’ 상황을 발령해 동해시와 강릉시, 대관령 일대 600여 개의 군경합동검문소에 무장병력을 배치했다.
또 강원 동해경찰서에 군경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범인들의 도주로를 중심으로 정밀수색을 벌이는 한편 서울로 진입하는 주요 길목에 임시검문소를 설치해 모든 차량에 대해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북한군 병사가 최전방 철책선을 통과해 귀순한 데 이어 다시 전방부대의 경계태세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은 느슨해질 대로 느슨해진 군 기강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군 당국은 범행이 발생한 해안초소가 해수욕장과 인접해 평소 민간인의 접근이 잦았기 때문에 피해 장병들이 경계를 늦췄다가 기습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부대는 장병들에게 민간인에게 친절하게 길을 안내하도록 지시해 외부인이 접근하더라도 규정에 따른 수하와 검문을 실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