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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불가피한 조부모 양육… 사이좋게 잘 지내는 방법은

입력 | 2005-07-22 03:12:00

박영대 기자


친할머니건 외할머니건 아이 보는 일만큼은 피하고 싶어 한다. 이럴 때 쓰는 방법으로 시중에 떠도는 우스갯소리의 한 토막.

아이의 입가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뒤 애 엄마 앞에서 “어머나, 얘 입 좀 봐”라고 놀란 척하며 마루를 닦고 있던 걸레로 입가를 닦아준다.

아니면 아이에게 밥을 떠먹이며 예전 할머니들처럼 침을 잔뜩 발라 먹인다. 그래도 아이를 계속 떠맡기려는 ‘독한’ 딸이나 며느리가 있다면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다. “닷뜨 이즈 어 카트(That is a cat).”

이 정도 되면 아이엄마는 아이를 안고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친다.

○ 양육방식 차이로 맞벌이 엄마 불만

금융회사에 다니는 송금현(32·서울 동작구 사당동) 씨도 출근할 때 네 살 난 아들을 친정어머니(59·서초구 반포동)에게 맡기고 퇴근 후 데려온다.

“정서적으로 아이가 안정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러나 어머니에게 아이를 문화센터에 데려가거나 공부를 가르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수년 전 한국아동학회의 조사 결과 서울지역에 사는 아이들은 친조부모보다도 외삼촌, 이모, 이종사촌을 많이 만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엄마들이 자녀를 친정어머니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양육방식의 차이. 조부모들은 아이들의 요구라면 무엇이든지 들어준다.

여섯 살 된 딸을 둔 김모(36·서울 강남구 청담동) 씨는 “아이에게 과자나 사탕을 식사 전에 주지 말라고 당부했는데도 어머니는 과자나 사탕을 먹도록 내버려 둔다”고 불만이다.

경희대 조복희(아동학) 교수는 아이들에게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엄마 아빠가 금지하는 것을 허락하신 것은 알지만 엄마 아빠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분명하게 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만일 아이가 “엄마가 못하게 해도 할머니는 하도록 하실 거야”라고 한다면 “그것은 너와 할머니 사이의 일일뿐 나는 그것을 금지한다”고 분명히 말한다.

조부모들이 지나치게 응석을 받아주는 것도 부모로서는 불만이다. 조부모들은 게임이나 시합을 할 때 져주기 일쑤다.

그러나 조 교수는 “걱정거리는 아니다”고 단언하면서 “아이들은 조부모의 행동이 자기들을 사랑하는 방법이란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 무뚝뚝한 말투-무표정 고쳐야

아동학회의 조사 결과 서울 이외 지역 아이들은 친조부모를 외조부모 및 외삼촌 이모보다 많이 만나고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서울지역 아이들은 친조부모를 어쩌다 만난다는 얘기다.

대화전문가 이정숙 씨는 “조부모와 아이가 떨어져 가끔 만나는 경우 때때로 아이에게 전화하도록 시키라”고 조언한다.

“통화할 때는 자리를 비켜줘 아이와 할머니 할아버지가 비밀을 갖도록 배려합니다. 그러면 조부모가 힘을 갖게 되지요.”

어르신사랑연구모임 유경 대표는 아이들은 엄마의 감정에 민감해 엄마의 조부모에 대한 느낌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지적한다. 노인들은 며느리나 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손자녀와의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

유 대표는 “먼저 훈육은 적당한 강도와 길이로 하고 무표정과 무뚝뚝한 말투도 고치는 등 좋은 조부모가 되라”고 권하면서 “일단 자주 만나야 친밀감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나친 것도 문제. 여성포털 미즈의 ‘시댁&친정식구 상담실’에 올라온 7년차 주부의 글이다.

‘결혼 후 분가해 살고 있는데도 7년 동안 매일 전화하셔서 맛있는 것 했거나 손자들 줄 것 있다며 오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얼마나 불편한데요. 일주일에 한두 번만 전화하더라도 받아들이시고 이주일에 한 번만 찾아가도 그러려니 하시면 좋겠습니다.’

유 대표는 “요즘 아이들은 노인을 모르기 때문에 거리감을 느끼고 거부감까지 갖는다”며 “유아부터 초등 청소년까지 각 단계에 맞는 노년이해교육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할아버지 할머니와 이렇게 하세요▼

○ 감사란, 설날 아침 세뱃돈을 받고 어른들께 “고맙습니다!”하고 말씀드리는 것.

○ 겸손이란, 할머니는 내가 오빠보다 똑똑하 다고 말씀하지만, 오빠도 잘하는 게 많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는 것.

○ 마음 나누기란, 시골에 사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문안 전화를 드리는 것.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 민수예요. 제 목소리 듣고싶으실까봐 전화드렸어요.”

○ 배려란, 밥 먹을 때 할머니께서 잘 드시는 음식을 할머니 가까이 놓아드리는 것. ‘할머니는 눈이 어두워 앞에 놓아드리지 않으면 잘 못 보시니까.’

○ 사랑이란, 외할머니가 짜주신 스웨터를 입을때마다 느껴지는 외할머니의 따뜻한 마음.

○ 유머란, 추운 것을 싫어하는 할머니께서 “봄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자 동생 이 고양이 봄이를 데려와 할머니께 드리는 것.

자료: 동화작가 채인선의 ‘아름다운 가치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