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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엔 최고급으로”…유아-아동 시장에 ‘명품 바람’

입력 | 2005-07-22 03:23:00

최근 어린이 전용 제품이 인기다. 이달 초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에서 열린 어린이 대상 메이크업 시연회에서 메이크업 전문가가 어린이에게 화장을 해 주고 있다. 사진 제공 바비 코스메틱


맞벌이 주부 문세현(34·서울 용산구 효창동) 씨는 명품과는 거리가 먼 알뜰주부. 자신이 입는 옷도 주로 동대문 패션 몰에서 산다.

그러나 9개월 된 아들에게는 백화점에서 고급 제품만 사준다. 여름 세일기간 중에는 유아 명품(名品) 브랜드 ‘버버리 칠드런’에서 9만 원대 니트를 샀다.

문 씨는 “좋은 옷을 입히면 왠지 좋은 부모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유아 아동 시장에 명품 바람이 불고 있다.

저출산으로 가구당 자녀가 줄면서 하나밖에 없는 자녀에게만큼은 좋은 것 다 해 주겠다는 부모의 심리가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 전 점포의 유아 아동 매장 1인당 구매액은 작년 상반기 5만2000원에서 올해 상반기 10만8000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 유아 아동 시장도 ‘트레이딩 업(trading up)’

18개월 된 아들을 둔 회사원 나용균(33) 씨는 최근 대당 50만∼70만 원인 영국 유모차 ‘매클래런’을 샀다.

그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가격과 기능, 브랜드 가치를 고려해 구매했다”고 말했다.

나 씨처럼 가격이 비싸더라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기꺼이 구매하는 ‘트레이딩 업’ 소비가 유아 아동용품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체 아동용품 시장은 위축되고 있지만 아동복과 완구 등 비싼 유아 아동용품은 판매가 꾸준하게 늘고 있다.

아가방이 디자이너 홍은주 씨와 손잡고 2002년 내놓은 유아복 브랜드 ‘에뜨와’는 올해에만 13개의 점포를 더 냈다. 매출은 올해 50%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올 상반기 ‘버버리 칠드런’ ‘R.로봇’ 등 프리미엄급으로 매장을 바꾸면서부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어났다.

○ 성인 뺨치는 ‘어린이 전용’

‘어린이 전용’ 색조 화장품, 헬스기구, 미용실….

유아 아동 ‘전용’ 제품들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달 초 국내에 등장한 아동 전용 화장품 바비 코스메틱은 매니큐어, 아이셰도, 마스카라 등 성인용 제품 못지않게 종류가 다양하다.

주부 신은희(36·경기 남양주시) 씨는 “여덟 살짜리 딸아이가 화장하고 멋 내는 것을 좋아해 어린이전용 화장품을 자주 사 준다”며 “값이 비싸더라도 천연성분으로 만든 백화점 화장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키에 맞춰 만든 아동용 헬스기구도 인기다.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점에 입점한 아동용 헬스기구 ‘베베포스’는 가격대가 20만 원 선으로 비싸지만 올해 들어 20% 이상 판매가 늘었다.

전국에 7개 점포가 있는 ‘키즈 봉봉’은 어린이전용 미용실. 자동차 모양의 의자, 어린이전용 파마 약 등을 갖춰 놓았다.

○ 아이를 통해 나를 표현한다

맞벌이를 하는 신세대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놀아줄 시간이 모자라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이런 마음을 전하기 위해 고급 제품을 사준다는 게 유통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문 씨는 “직장 일 때문에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적어 늘 미안하다”며 “좋은 옷을 입히는 것은 아이를 소중히 하고 있다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같은 유아 아동용품 브랜드를 쓰는 부모들이 만든 동호회도 인기다.

유모차 매클래런 동호회 회장인 나 씨는 “유아 아동용품 ‘마니아’들이 자동차 동호회 못지않다”며 “밖에서 같은 유모차를 발견하면 동질감을 느낀다”고 했다.

LG경제연구원 박정현 선임연구원은 “가구당 자녀수가 줄면서 한국판 ‘소황제(小皇帝)’가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며 “젊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고급 제품을 사주면서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느낌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