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블로그의 아버지’ 마크 캔터가 본 韓-美 블로그문화

입력 | 2005-07-22 03:23:00

‘블로그의 아버지’ 마크 캔터 씨가 최근 한국을 방문해 한국 블로거들과 ‘블로거의 저녁’ 행사를 가졌다. 그는 현재 준비 중인 ‘싸이월드’ 미국 서비스의 컨설팅을 맡고 있다. 사진 제공 마크 캔터 씨


“한국의 블로그는 온통 ‘퍼온 글(scrap)’로 가득하다. 미국의 블로거(블로그를 만들어 운영하는 사람)가 보기엔 개성이 없어 보인다.”

최근 서울 종각 근처의 한 불고기집에서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덩치 큰 중년 외국인 한 명과 9명의 한국인 사이에 논쟁이 벌어진 것.

외국인의 이름은 마크 캔터. 누리꾼(네티즌) 사이에서 ‘블로그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람이다.

블로그는 일종의 개인 인터넷 게시판. 신변잡기를 다룬 글이나 사진, 특정 주제에 관한 에세이 등을 올리는 곳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큰 인기다. 캔터 씨는 블로그의 핵심 이념으로 꼽히는 공유와 개방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 블로그와 미니홈피

싸이월드로 한국에 미니홈피 붐을 일으킨 SK커뮤니케이션즈는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캔터 씨가 한국을 찾은 것도 이를 컨설팅하기 위한 것. 이날 저녁 모임은 캔터 씨가 주선했다. 초청 형식이 ‘블로그의 아버지’답게 기발했다.

일주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서울 근처의 블로거 여러분, 파티나 합시다(I'd like to invite bloggers from the Seoul area to come on out and party!)’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번개 모임’인 셈인데 캔터 씨는 ‘블로거의 저녁식사(Blogger's Dinner)’라는 표현을 썼다.

싸이월드는 ‘미니홈피’ 서비스로 한국에서 가입자가 1300만 명이 넘는 큰 성공을 거뒀다.

미니홈피도 크게 보면 일종의 블로그. 그러나 싸이월드의 인기 뒤에는 ‘1촌 맺기’라는 독특한 서비스가 있다.

캔터 씨는 ‘1촌 맺기’를 낯설어 했다. 미국에는 이런 식의 관계 맺기 문화가 없기 때문. 1촌의 사진이나 글을 그대로 긁어다 자신의 미니홈피에 왜 올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캔터 씨는 “미국의 블로거들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파고들기 때문에 블로그에도 유익한 정보가 넘쳐난다. 블로거들은 대부분 특정 분야의 마니아로 엄청난 지식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미니홈피는 화려한 멀티미디어가 장점. 어느 미니홈피를 방문해도 사진과 동영상,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미국의 블로그엔 이런 화려함이 없다.

○ 차세대 블로그는 이런 것

캔터 씨가 생각한 미국 싸이월드의 모습은 글과 사진뿐 아니라 음성과 동영상으로 게시물을 만들고 이를 자유롭게 나누는 서비스다.

이미 한국에선 음성과 동영상을 활용하는 서비스가 많다. 문제는 이럴 때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한국의 포털 사이트들은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가입자 로그인’이라는 방식을 사용한다. 광고수입을 올리려면 얼마나 가입했는지, 얼마나 방문하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입자 수는 커다란 자산이다.

캔터 씨는 뜻밖에도 이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고안한 ‘디지털라이프 모음(DLA)’이라는 방식을 이용하면 모든 포털을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특정한 소프트웨어로 싸이월드, 네이버, 엠파스, 야후 등을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업체의 수익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캔터 씨의 의견은 단호했다.

“인터넷은 더 많은 정보를 더 쉽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콘텐츠 자체에 광고를 넣는 방식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마크 캔터▼

―1984년 매크로마인드(현 매크로미디어) 설립. 플래시 개발

―1992년 캔터테크놀로지 설립. 인터랙티브 뮤직비디오 개발

―1999년 컨설팅 회사 브로드밴드메카닉스 설립. 인터랙티브 TV 개발. 소니, JVC, 후지쓰, 인텔, HP, 애플 등에 인터넷과 멀티미디어 서비스 컨설팅 제공

―2005년 아워미디어 사이트 개설. 동영상과 음악 창작자에게 무료 저장 공간 제공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