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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북스]‘금융 강국 코리아’

입력 | 2005-07-23 03:05:00


◇금융 강국 코리아/강호병 지음/416쪽·1만3800원·김영사

미국에는 수학, 통계학, 컴퓨터 분야에서 놀라운 창의력을 가진 인재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학교에서 길러진다. 1980년대 이후 이들은 줄줄이 금융계에 스카우트됐다. 이들은 수리 능력을 바탕으로 파생 금융상품들을 개발했다. 미국이 금융 강국으로 떠오른 한 요인이다.

한국 금융산업의 현주소는 어떤가. 은행끼리 합병하면 으르렁거린다. 주도권 다툼이 좀체 끝나지 않는 탓이다. 어느 통합 은행장은 “같은 은행 출신끼리는 밥도 함께 먹지 말라”고 지시했다. 또 다른 은행장은 “출신 은행별 모임을 엄벌하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첨단 금융기법, 고객 중심주의니 하는 구호는 장식용에 불과한 것일까. 이러고도 국제 경쟁력이 생길 수 있을까.

‘금융 강국 코리아’의 저자도 한국 금융산업의 낙후성에 대해 통탄한다. “금융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외환위기 이후 활짝 열어놓은 문으로 들어온 외국인들이 한국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을 ‘점령’했다”고까지 표현한다.

은행원들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비판적이다. 책상에 앉아 오는 손님만 응대하다, 금융상품 판매 캠페인 때 와르르 나가 동물인형 옷 입고 쇼 한두 번 하다, 한 달 지나면 무슨 상품을 팔았는지도 잘 모르는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금융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첨단 금융공학기법을 도입하기에 앞서 고객에게 다가서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세운 ‘동북아 금융 중심’이라는 거창한 목표도 국내 금융회사들의 뿌리가 튼튼하지 않으면 헛구호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할리우드의 배우처럼 화려한 씨티금융그룹보다는 수더분한 웰스파고를 벤치마킹할 것을 제안한다. 고객에게 편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모토로 한 웰스파고는 알고 보면 시가총액 기준 세계 6위(약 1000억 달러)의 초우량 금융그룹이라는 것.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은 것은 여러 요인 때문이었다. 그 가운데 취약한 금융산업도 한몫을 했다. 제2의 외환위기를 막으려면 금융회사들이 환골탈태해야 한다. 선진 금융 강국들은 금융을 통해 다른 나라를 지배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 금융회사들이 살아남으려면 ①위험관리 능력을 키워라 ②고정 고객을 확보하라 ③위축된 기업 금융의 판로를 찾아라 ④몰아치는 외국자본에 대응할 국내자본을 만들어라 ⑤진정한 경쟁력은 기본기에서 나온다 등 5개 항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이 책에서 금융정책에 대한 비판을 받고서도 “우리 금융산업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짚고 그 해결책을 제시해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반갑다”고 추천사를 썼다.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