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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駐美대사 경질론 급부상

입력 | 2005-07-23 03:05:00

홍석현 대사


홍석현(洪錫炫) 주미 대사가 중앙일보 사장이던 1997년 대선 당시 여야 후보들에 대한 삼성 측의 대선자금 제공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홍 대사의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MBC는 22일 오후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1997년 4, 9, 10월 세 차례 홍 사장과 당시 이학수(李鶴洙) 삼성그룹 비서실장이 서울시내 한 호텔 일식당에서 만나 대선자금 전달 등에 대해 나눈 대화를 도청한 내용을 실명으로 보도했다.

여권은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재로 당-정-청(黨-政-靑) 수뇌부 회의를 열어 홍 대사 문제 등 정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노 대통령은 당초 24일 연정(聯政)론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할 예정이었으나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사실 관계에 있어 공신력 있는 결론이 나온다면 홍 대사의 거취 문제에 대한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해 국정원의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홍 대사가 교체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국정원은 21일 관련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또 다른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도 “상황이 아주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걱정스러운 상황이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은 “홍 대사의 거취는 전적으로 임면권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정현(李貞鉉) 부대변인은 “국민들 앞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 홍 대사의 거취에 대해 유승민(劉承旼) 대표비서실장은 “임명 때부터 한나라당은 호의적이지 않았으며 우리가 보호해 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홍승하(洪丞河) 대변인은 “홍 대사는 즉각 대사 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유력 언론사주가 정경 유착의 심부름꾼이었다는 데 한심함을 느낀다”며 “홍 대사는 보도 내용이 사실일 경우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