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 가장 큰 적은 땀이다. 땀 때문에 피부에 들러붙은 세균의 활동은 더욱 왕성해지고 염증도 심해진다.
땀을 식히기엔 물놀이가 제격. 그러나 물놀이를 잘못해도 아토피는 악화된다. 그래서 아토피 환자들은 고민이다. 물놀이를 할까 말까.
▽어느 물이 좋을까=물의 종류는 상관없다. 아토피는 알레르기 질환. 수영장이든 해수욕장이든 이용 후 별탈이 없다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없다는 얘기다. 계속 다녀도 된다.
문제는 수질. 아토피 환자는 피부자극에 예민하고 세균감염이 잘 된다. 알레르기 물질이 없다 해도 수질이 나쁘면 당연히 증상은 악화된다.
수영장은 여러 명이 한꺼번에 이용하기 때문에 오염도가 가장 높다. 소독제의 염소 성분은 피부가 건강할 땐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토피 환자에게는 염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소금이 아토피에 좋다거나 나쁘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 바닷물에서 따끔거린다면 염분 때문이 아니라 몸에 ‘아토피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물놀이를 짧게 끝내자.
계곡물은 항상 흐르고 수온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아토피 환자에게 적합하다. 다만 오염된 계곡물이라면 수영장 물보다 못하다.
▽아토피 피부관리 이렇게=자외선도 아토피 환자에게는 큰 적이다. 외출 30분 전에 미리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대체로 ‘PABA(para-aminobenzoic acid) 프리’ 제품이 좋다. PABA는 피부 알레르기 유발 물질. 아토피 환자는 PABA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가 많다. 향료도 아토피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냄새가 없는 게 좋다.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주치의에게 추천받도록 한다.
가급적 자외선의 세력이 많이 약해진 오후 4시 이후에 물놀이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
물놀이를 너무 오래 하면 몸에 무리가 간다. 이 경우 외부 자극에 예민해져 가려움증이 심해질 수 있다. 물에 있는 시간은 30분을 넘기지 말고 틈틈이 그늘에서 쉬도록 한다.
물놀이 후 바로 깨끗한 물로 씻는 것은 아토피 피부 관리의 기본이다. 일반 비누보다 항균 비누, 또는 아토피용 비누를 쓰는 게 좋다. 씻은 다음에는 보습제를 바르도록 한다. 단, 물기가 마르기 전에 발라야 효과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 것.
(도움말=한양대병원 피부과 노영석 교수,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안강모 교수)
▼우리 아이 노하우…면티 입고 물놀이, 수영 후엔 생수샤워▼
유아 때부터 아토피 증세가 있던 용원이(13·경기 광명시 광명7동)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수영을 했다. 엄마 강희명(39) 씨는 수영이 끝나면 깨끗하게 씻기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라줬다.
그러기를 2년. 잠잠했던 아토피가 갑자기 악화됐다. 너무 긁어 온몸이 벌겋게 변했다. 스테로이드의 장기사용과 수영장 소독제의 염소 성분이 병을 키운 것. 용원이는 좋아하던 수영을 중단해야 했다.
그러나 여름철 물놀이까지 말릴 수는 없었다. 아이의 노는 모습을 보는 강 씨는 늘 조마조마했다. 걱정했던 대로 아이는 집에 돌아오면 온몸을 긁어댔다. 물에서 나온 뒤 바로 씻겨도 마찬가지였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뒤탈 없는 방법을 찾았다.
첫째, 물놀이 시간 엄수. 아이가 물 안에 30분 이상 있지 못하도록 했다. 물에서 나온 뒤에는 바로 생수로 몸을 씻기고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물이 마르기 전에 보습제도 발랐다.
물에 들어갈 때는 면 티셔츠를 입히고 나온 뒤에는 바로 옷을 갈아입혔다. 아이스박스에 넣어둔 찬 수건으로 틈틈이 아이의 몸을 닦아줬다.
집에 오면 열을 식히기 위해 오이 마사지를 했다. 처음에는 감자를 으깨어 피부에 발랐지만 열이 사라지면서 피부가 팽팽해져 아이가 고통스러워했다.
아토피 완치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 씨는 알고 있다. 그렇게 신경을 썼지만 아직 용원이의 팔다리에는 아토피가 남아 있다. 강 씨는 “그러나 여름철 물놀이 방법만은 확실히 터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엘리델’ ‘프로토픽’ 안심해도 되나요? ▼
지난해 출시된 아토피치료제 ‘엘리델’과 ‘프로토픽’.
의사들은 “신개념 면역 억제제로, 그동안 나온 아토피 치료제 중 가장 획기적이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3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이 약들을 사용한 환자중 29명에게 암이 발생했다”라고 발표했다. 물론 암의 원인이 약 때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미국에서는 이 약의 유해성 유무를 밝히기 위한 장기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자 많은 환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정말 발암 위험이 큰 것일까.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는 이 발표 직후 “이 약들은 현실적으로 매우 안전한 약제이며 많은 환자들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이 학회는 이어 “발암 위험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을 포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미국피부과학회에서도 ‘이 약이 사람에게 위험하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많은 아토피 전문의들이 “지나친 걱정”이라는 입장이다. 이 약들은 국소적으로 바르기 때문에 전신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다른 치료제 효과가 없는 2세 이상 환자에 한해 짧은 기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도움말=서울대병원 피부과 김규한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아토피 피부염 5계명▼
1. 목욕할 때는 미지근한 물 로 15분 이내에 씻는다.
2. 목욕 후 수건으로 톡톡 두들기듯 닦되 물기가 마르기 전 보습제를 바른다.
3. 속옷은 다른 옷과 구분해 더 오래 자주 세탁한다.
4. 옷은 반 치수 정도 크게 해 조금 헐렁하게 입는다.
5. 실내 온도는 20∼24도, 습도는 40∼60% 정도로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