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제작자로 나선 영화 ‘웰컴 투 동막골’과 감독을 맡은 ‘박수 칠 때 떠나라’의 개봉을 앞둔 장진 감독은 “아직까지도 제작자라는 지위는 남의 자리 같다”며 감독이라는 직함을 더 편안해했다. 사진 제공 필름있수다
‘웰컴 투 동막골’부터 ‘박수 칠 때 떠나라’까지.
장진(35) 감독의 8월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는 ‘웰컴 투 동막골’(동막골·8월 4일 개봉)의 제작자이자, ‘박수 칠 때 떠나라’(박수·8월 11일 개봉)의 감독이다. 두 편 다 그가 연극으로 먼저 올렸던 “내 새끼 같은 작품”이다.
‘동막골’은 6·25전쟁 당시 참화가 비켜간 강원도 두메 동막골에 온 인민군 패잔병, 국군 탈영병 그리고 추락한 미군 조종사와 동막골 주민의 화해와 사랑을 담은 따뜻한 코미디. 차승원 신하균 주연의 ‘박수’는 미모의 여성 카피라이터 살인사건 수사 과정을 TV가 생방송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버라이어티 리얼 수사극’이다.
두 영화의 개봉을 앞둔 장 감독을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능글맞은 이야기꾼인 장 감독은 연방 “아주 긴장된다”고 말했다.
“두 영화가 흥행 1, 2등을 같이 갔으면 좋겠다. 히히. 솔직히 ‘동막골’ 제작자로 박광현 감독에게 이런저런 소리 했는데 내가 만든 ‘박수’를 박 감독이 보고 비웃으면 어떡하나 긴장된다.”
장 감독의 영화 ‘기막힌 사내들’(1998년), ‘간첩 리철진’(1999년), ‘킬러들의 수다’(2001년) 같은 작품을 보고 소수의 사람은 포복절도했지만 다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동안 내 코미디는 ‘없을 법한 사람들의 없을 법한 사건들’만 다뤘다. 그러나 ‘아는 여자’(2004년)부터는 있을 법한 사람들의 있을 법한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물론 그렇게 해도 ‘그게 말이 돼?’ 한다면 아직까지는 ‘좀 안 되면 어때’라고 답하겠다.”
‘허탕’ ‘택시 드리벌’ 등 그가 무대에 올린 연극은 흥행에 실패한 일이 없다.
“연극은 배우와 관객 사이에 ‘제4의 벽’이 있다. 관객들은 그 벽 너머를 환상이라고 가정해 배우가 과장을 심하게 해도 동조한다. 그러나 영화는 일단 스크린 안쪽을 사실이라고 인식한다. 과장되면 관객은 웃지 않는다.”
자신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원천은 “수다”라고 밝힌 장 감독은 “중요한 건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생각하기”라고 말했다.
노트북을 여는 동작 하나만으로도 스타일리시해서 그가 무조건 ‘박수’의 주연을 맡겼다는 차승원이 인터뷰 도중 들어왔다. “내성적이어서 친구가 없다”는 장 감독은 동갑내기 차승원과 삐딱하지만 살갑게 킬킬대며 주거니 받거니 했다.
“또 고추장 광고 찍었어?”(장진) “이번에는 베네치아에서 찍었는데 드라마 두 편 하는 것보다 임팩트가 강해.”(차승원) “그럼 아예 에버랜드에서 찍지 그랬어. 곤돌라 하나 놓고.”(장진)
결혼은 언제 할 계획이냐고 물었더니 일요일에 하겠단다.
“연애는 내 창작 에너지의 근원이다. 만약에 ‘박수’를 보고 완성도가 떨어진다 싶으면 그건 내 실력이 달려서가 아니라 요즘 연애를 못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히히.”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