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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구씨 24일 영결식…남양주 영친왕 묘역에 안장

입력 | 2005-07-25 03:06:00

조선의 ‘마지막 황세손’ 이구 씨의 관을 실은 대여가 24일 운구행렬의 호위를 받으며 영결식장인 서울 창덕궁을 떠나 노제 장소인 종묘공원으로 향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조선 왕조의 마지막 적통(嫡統)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고종의 손자이자 영친왕(英親王 이은·李垠)과 이방자(李方子) 여사의 둘째 아들인 이구(李玖) 씨의 영결식이 24일 오전 10시 서울 창덕궁 희정당(熙政堂) 앞에서 열렸다. 황세손 장례위원회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에서는 22일 고인의 양자가 된 이원(李源·44·현대홈쇼핑 부장) 씨가 상주를 맡았다.

영결식에는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환의(李桓儀)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이사장과 유홍준(兪弘濬) 문화재청장,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한나라당 박진(朴振) 의원, 우라베 도시나오(卜部敏直) 주한 일본대사관 대리대사, 일본 왕실 측 인사 다카노 나시모토 씨와 전주이씨 종친회원 및 시민 1000여 명이 참석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 이름의 조화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고인의 가는 모습을 꼭 한번 보고 싶다”고 했던 전 부인 줄리아 멀록(82) 여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종약원 측은 “유족이 아니어서 줄리아 여사를 초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영결식이 끝난 뒤 영구(靈柩)는 3군의장대 11명에 의해 창덕궁 돈화문 앞에서 트럭을 개조한 대여(大輿·국상 때 쓰는 상여)에 옮겨졌다. 서울여상 취타대, 국방부 국악대 등으로 이루어진 대취타대가 운구행렬의 선두에 서고 25기의 만장이 그 뒤를 따랐다. 운구행렬은 11시 50분경 종묘공원 앞에 닿아 노제(路祭)를 치렀다.

이날 돈화문 앞 삼거리에서 종묘공원까지 거리에는 섭씨 33도가 넘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시민 3000여 명(경찰 추산)이 나와 카메라에 운구행렬을 담는 데 열중했다.

20분에 걸친 노제 뒤 시신은 어가(御駕·임금이 타는 수레) 모양으로 꾸민 검은색 영구차에 실려 경기 남양주시 홍릉(洪陵·고종과 명성황후 묘소) 뒤편의 영친왕 묘역(영원·英園)으로 옮겨졌다. 하관식은 오후 2시 반에 시작돼 45분간 진행됐다.

전주이씨 대동종약원은 이날 이구 씨에게 회은(懷隱)이라는 호를 부여했고, 묘소의 이름은 추후 정하기로 했다. 흔히 왕자 묘소에는 ‘원(園)’을 붙인다. 종약원 측은 묘소에서 26일 재우(再虞), 27일 삼우제(三虞祭)를 지내며 25일부터 창덕궁 낙선재에 상청(喪廳)을 마련해 삼년상을 치르기로 했다.

남양주=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