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전 국회의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큰 식당에는 전부 도청장치가 설치 돼 있었어요.”
안기부의 ‘불법도청 X파일’ 파문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2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이 국회의원으로 재직했을 당시 큰 식당에는 모두 도청장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장은 “(도청을 피하기 위해) 주로 무교동이나 을지로 000곰탕집이나 00 국수집처럼 사람들이 많이 있어 도청 못할 데를 다녔다”며 “밥먹을 때는 항상 식당 테이블 밑에 (도청장치가) 있나 없나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큰 식당에 가면 종업원들이 ‘이만섭 의원이 (식당에) 오셨다는 것을 (안기부에) 연락 안 할 수 없어 연락했다’고 귀뜸해 줬다”며 “그러면 안기부 직원들이 나와서 도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안기부가 집 전화도 도청했다”면서 “집에서 전화받을 때 ‘이 나쁜놈들 도청하고 있지!’라고 소리를 지르고 전화를 받곤 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14대 국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신비밀보호법을 통과시킨 이유는 바로 이런 불법도청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이번 도청 녹취록에서 지난 97년 삼성측의 대선자금 제공에 개입한 것으로 나타난 홍석현 주미대사에 관해선 “본인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나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교관계를 핑계대선 안된다”며 “시간 끌 것도 없이 즉각 그만두고 대사 임명 될 때까지 권한 대행 체제로 가든지 해서 빨리 수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