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6자회담의 개막에 앞서 북한과 미국이 25일 양자 협의를 가짐에 따라 회담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6자회담은 이전과 달리 양자 협의가 활발해진 것이 가장 눈에 띈다. 북핵 문제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국인 한국과 북한, 미국은 24, 25일 이틀간 연쇄 양자 협의를 가졌다.
1∼3차 회담의 경우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 협의에 마지못해 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때문에 실질적인 협상보다는 ‘대면(對面)’의 성격이 짙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김계관(金桂寬)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협의에 앞서 “양측이 각자 가져온 노트를 비교하고 회담 진전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해 첫 만남에서부터 구체적인 협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양측은 이날 오후 3시부터 1시간 20분간 만나 지난해 6월 제3차 회담 때 미국이 내놓은 제안과 북한의 군축회담 주장 등 쟁점을 두루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서로 의견 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북한은 한국과도 24일 접촉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북한은 ‘선(先) 핵 폐기’는 곤란하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비교적 솔직한 대화가 오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북한 미국 대표단은 회담 기간 중에도 양자 협의를 활성화할 방침이어서 6자회담이 난항을 겪을 때 유용한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북-중, 북-러, 미중, 미일 등의 양자 협의도 24, 25일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그동안 6자회담은 100명이 넘는 6개국 대표단이 한꺼번에 모이는 전체회의 중심으로 진행돼 실질적인 협상이 안 됐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가 이미 시작된 셈이다.
25일 6개국 차석대표들은 실무협의를 갖고 전체회의보다는 수석대표회의와 양자 협의 중심으로 회담을 운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회담 형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참가국들이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북한과 미국이 총론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나 ‘핵 폐기 대(對) 보상’ 원칙에 공감하고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견해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핵심 의제인 비핵화의 범위와 내용과 관련해 미국은 고농축우라늄(HEU)을 포함한 모든 북한 핵 프로그램의 포기를 요구하고 있으나 북한은 남한을 포함한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문제 삼는 것. 북한은 또 평화적 핵 활동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에너지 지원에 미국이 반드시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난색을 표하는 등 보상의 방식과 내용, 시점에 관해서도 이견이 적지 않다.
베이징=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