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에서 방영되는 한일 공동 제작 애니메이션 ‘천하통일 파이어 비드맨’은 구슬치기 놀이를 요즘 아이들에게 맞게 변화시킨 작품이다. 주인공 강토가 발사장치를 이용해 구슬을 쏘고 있다. 사진 제공 KBS
변변한 장난감 하나 없던 시절, 아이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재산은 딱지와 구슬이었다. 특히 한 알에 10원이던 유리구슬은 보물에 가까웠다. 구슬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많은 30, 40대는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요즘 디지털키드에게 구슬은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닐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선입견과는 달리 요즘 초등학생에게도 구슬은 인터넷 게임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이유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방영된 애니메이션 ‘구슬대전 배틀 비드맨’ 때문. 구슬을 소재로 한 이 애니메이션은 비드배틀(구슬치기) 선수를 동경하는 시골 소년 ‘강토’가 세계 최고의 비더(구슬치기 선수)가 돼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이 애니메이션으로 구슬치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방송 이후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완구, 캐릭터 상품만 200억 원어치가 팔려 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 사이에 다시 한번 구슬열풍이 불 전망이다. 애니메이션 ‘구슬대전 배틀 비드맨’의 후속시리즈인 ‘천하통일 파이어 비드맨’(KBS2·매주 수요일 오후 6시 10분)이 27일부터 방영되기 때문.
이번 작품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KBS와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손오공, 일본 제작사 디라이츠가 공동 제작했다. ㈜손오공과 일본 디라이츠는 어린이 애니메이션 히트작인 ‘탑블레이드’의 공동제작사이기도 하다. 후속작은 총 51편. 전작 ‘구슬대전 배틀 비드맨’의 52편까지 합치면 총 103편의 초대작 시리즈다.
전작이 평범한 소년 강토가 구슬 전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천하통일…’은 필살구 ‘스트라이크 샷’을 차지하기 위한 비더들의 치열한 경쟁과 비더월드 정복을 꿈꾸는 사악한 비더 집단, 이들을 저지하려는 구슬 전사들의 대결이 주 내용이다.
강토, 스카이, 그레이, 염주, 산초 등 전편의 주인공 캐릭터들 외에도 칸노스, 아큘라스 등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강토는 이들을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필살기를 습득해 나간다. 새롭게 등장하는 비드맨들의 현란한 기술과 함께 최고의 구슬전사를 가리는 파이어비드맨 배틀리그 ‘위너스’ 대회에 숨겨진 악의 음모 등이 부각되면서 전편보다 액션과 긴장구도가 더욱 치밀해졌다.
제작을 맡은 최성일 PD는 “작품기획과 콘텐츠 비즈니스가 한꺼번에 이루어진 작품”이라며 “한일 공동으로 제작된 작품이지만 한국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자양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