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시장의 후발주자가 빠른 속도로 값을 내리면서 가격인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30인치대 액정표시장치(LCD) TV 가격이 같아지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디지털TV는 지역별 생산 여건에 따라 값에 차이가 많이 났지만 중국 하이얼, 미국 델과 HP 등 후발 주자들이 가세하면서 가격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는 것.
이들 기업은 조만간 한국 디지털TV 시장에 들어올 예정이어서 국내에서도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 중국과 미국의 가격이 같아졌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의 32인치 LCD TV는 현지에서 1만994위안(약 138만 원)에 팔린다. 세계 1, 2위 PC업체인 미국 델과 HP는 미국에서 30인치 LCD TV를 각각 1299달러(약 134만 원)에 판다.
대표적인 고급시장인 미국과 중저가 시장의 대명사인 중국에서 LCD TV의 주력 모델인 30인치대의 가격이 사실상 같아진 것.
미국 기업은 임금이 싼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겨 제조원가를 낮추고 있는 반면 중국 기업은 단순 조립생산에서 벗어나 기술력이 뒷받침된 제품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높이는 추세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디지털TV 가격을 하향 평준화하면서 LCD TV,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 등의 가격 하락세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 기술력으로 맞설 수 있을까
32인치 LCD TV의 삼성전자 국내 판매가격은 290만 원대, LG전자는 310만 원대(메모리 카드 포함).
델은 올해 안에 한국에서 LCD TV 판매를 시작할 계획인데 가격은 미국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30인치 LCD TV 판매가격이 130만 원대로 삼성, LG전자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자제품 전문 유통회사인 알바스코리아가 42인치 PDP TV(분리형) 표준화질(SD)급은 175만 원, 고화질(HD)급은 195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역시 삼성, LG전자의 반값 수준이다.
삼성, LG전자는 지금까지의 ‘고가(高價)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면서 화질 경쟁력과 애프터서비스(AS) 등으로 가격차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선발주자로서의 기술력을 감안하더라도 델과 HP가 갖는 브랜드 파워가 크고 가격이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 때문에 상당한 파괴력을 갖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의 가격 인하가 디지털TV의 대중화에는 크게 기여하지만 결국 평준화된 가격 수준을 맞추지 못하는 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