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테이프인 이른바 ‘X파일’ 파문의 중심에 서 있는 전직 안기부 직원들. 이들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되고 그 결과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수사 어떻게=전직 안기부 직원 등에 대해선 국가정보원법에 따라 국정원이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문제의 도청 테이프를 MBC에 건네준 재미교포 박모 씨도 26일 공항에서 출국하려다 국정원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국정원은 형법상 내란·외환 죄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 다만 박 씨의 경우 ‘국정원 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규정한 국정원법 3조에 근거해 조사가 가능하다.
26일 입장 표명 후 자해한 전 미림팀장 공운영 씨도 핵심 수사 대상이다.
국정원이 수사 중인 사안은 서울중앙지검 공안부가 수사 지휘를 하게 된다.
▽무거운 처벌 불가피할 듯=도청 행위 자체가 이뤄진 것은 1997년 9월이어서 통신비밀보호법상 공소시효(7년)는 지났다.
그러나 테이프 유출 행위는 사정이 다르다. 공 씨가 테이프를 같은 안기부 출신 임모 씨의 권유로 재미교포 박모 씨에게 건넨 시점은 1999년경. 박 씨는 올 초 이 테이프를 MBC 기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 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도청 테이프 등과 관련된 발언을 쏟아냈다. 이 모든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과 국정원직원법 등에 위반되고 공소시효도 남아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은 10년 이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 국정원직원법 위반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공 씨는 여러 범죄 행위가 합쳐져 가중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 씨에게 테이프 유출을 권유한 전직 안기부 직원 임모 씨는 공범으로 처벌받을 것으로 보인다.
테이프를 직접 MBC에 제공한 박 씨 역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것으로 보인다. 박 씨가 테이프를 갖고 삼성 측과 공 씨 등을 협박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형법상 협박죄 등이 추가된다.
미림팀의 존재를 언론에 처음 폭로한 전직 안기부 직원 김기삼 씨도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이미 2003년 국정원 도청 문건 파문 당시 언론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국정원 내부 기밀을 유출한 혐의(국정원법 위반)로 고발돼 기소 중지된 상태다.
또 박 씨로부터 테이프를 넘겨받아 보도한 MBC 기자와 보도 책임자들도 수사와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