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창이네”24일 밤 평양 인민문화궁전 연회장에서 만난 김훈 씨(왼쪽)와 북한 소설가 남대현 씨. “어, 우리 초등학교 동창이네”라며 반가워하고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돈암초교요. 저도 거기 다녔어요.”
평양에서 24일 열린 남북한 민족작가회의의 폐막 연회장. ‘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57) 씨와 북한의 대표 작가 남대현(58) 씨가 서울 돈암초교(성북구 동소문동) 동기 동창임을 알게 되면서 뜨겁게 포옹했다. 폐막 연회를 마치고 작별 인사를 나누던 중 경북 안동 출신인 남 씨가 누군가의 질문에 “서울 돈암초교를 다녔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김 씨가 “어! 나도 거긴데”라고 놀라워하면서 동창임을 알게 된 것.
“저는 전쟁 직후(1954년)에 돈암에 들어갔어요. 생각나세요? 거기 비탈길에 천막 치고 공부했는데, 천막 속으로 칼바람이 불기도 했잖아요.”(김)
“아! 생각나요. 저도 전쟁 뒤에 돈암초교에 들어갔어요. 천막 교사도 있었고, 남은 건물 몇 채도 교실로 썼는데, 저는 그 건물에서 공부했어요.”(남)
“그때 학교 근처 생각나세요? 소방서 망루가 혼자 서 있고, 전차 종점이 있었잖아요. 저 거기 근처에 살았는데.”(김)
“저도 전차 종점 부근에 살았는데, 이렇게 동창을 만나다니.”(남)
두 사람은 얼굴이 상기된 채 과거를 회상했다. 남 씨는 안동에서 6·25전쟁 후 상경해 돈암초교에서 5학년까지 다녔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1963년 부모와 함께 북한으로 들어갔다. 남 씨보다 한 살 어린 김 씨는 한 살 일찍 입학해 두 사람은 동기동창인 것으로 추정된다.
남 씨는 “미국 교포 여성 시인 김영희 씨도 돈암 출신인데, 이전에 만나서 동창인 걸 알고는 교가도 같이 불렀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남 씨와 헤어져 숙소인 고려호텔로 돌아온 후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줄기찬 북악산을 등에다 지고 한강수 맑은 물을 바라보면서’로 시작하는 돈암초교 교가를 부르기도 했다.
김일성종합대를 졸업한 남 씨는 북한 최고 작가들을 모은 ‘4·15 창작단’ 작가로서 ‘청춘송가’와 ‘통일연가’ 등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청춘송가’는 한국에서도 출판됐다.
평양=권기태 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