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가안전기획부 미림팀장인 공운영 씨가 26일 자해 직전 언론에 공개한 자술서와 박모 씨가 MBC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 간에는 몇 가지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진실은 무엇일까.
▽도청자료 유출 경위=공 씨는 안기부에서 함께 직권 면직당한 임모 씨를 통해 박 씨를 소개받았다고 자술서에 썼다.
자술서에 따르면 임 씨는 “박 씨가 삼성 측에 사업 협조를 받을 일이 있으니 (당신이) 보관 중인 문건 가운데 삼성과 관련 있는 몇 건을 잠시 활용했다가 되돌려 받으면 나도 복직에, 당신도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는 것.
그러나 박 씨는 “공 씨와 임 씨에게서 복직을 위해 힘써 달라는 부탁과 함께 도청자료를 넘겨받았다”고 말했다.
▽삼성과 거래?=자술서를 보면 공 씨는 박 씨가 도청자료를 이용해 삼성과 여러 차례 거래를 시도한 사실에 대해 심리적인 고통을 겪었다고 적었다.
공 씨는 “박 씨가 삼성 측과의 협상이 여의치 않다는 말을 듣고 당황해 자료를 되돌려받았으나 몇 개월 후 국가정보원 후배가 찾아와 삼성 측과 모종의 사건이 있었는지 물어 충격을 받았다”며 “사실을 확인해 보니 박 씨가 또다시 삼성 측을 협박하고 있었다”고 자술했다.
반면 박 씨는 “삼성을 찾아간 적은 있지만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면서 돈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전 장관 만났나=공 씨는 박 씨가 당시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과 돈독한 관계라는 사실을 임 씨에게서 전해 들었다고 간단히 언급했으나 박 씨는 “1999년 공 씨 등 도청팀과 함께 홍석현 씨와 이학수 씨 간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들고 박 장관 집무실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