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6자회담 참가국들은 회담이 공식 개막된 26일 ‘한반도 비핵화’라는 회담 목표에 공감하고 양자 협의를 벌이는 등 일단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그러나 회담을 순식간에 파국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폭탄성 재료’가 곳곳에 버티고 있어 회담장 주변엔 긴장이 흐르고 있다.
이 같은 ‘폭탄’은 북한과 미국 일본이 각각 한두 개씩 갖고 있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북핵에 국한하지 않고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까지 포함한 개념으로 여기고 있다. 북핵 폐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 미국 등 다른 참가국들과는 회담의 출발선부터 달리하는 것.
북한은 또 한국 미국과의 양자협의에서 핵보유국임을 내세워 핵 군축회담을 요구하거나 평화적 핵 활동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이 인도의 핵 문제에 유연한 입장을 보인 점이 빌미가 됐다는 관측이 많다.
한미 양국은 이를 일단 북한의 기선잡기용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북한이 계속 고집할 경우 회담은 한 발도 나아가기 힘들다.
미국은 이번 회담이 열리기 전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 왔다. 두 차례의 북-미 양자 협의와 26일 개막식 발언에선 협상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이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회담기간에 언젠가는 이 카드를 꺼낼 것이란 전망이 많다. 북한과의 협상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경우 경고용으로 던질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존재 자체를 극구 부인하는 HEU 핵 프로그램 또한 미국이 구체적으로 언급할 경우 1∼3차 회담에서처럼 북한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미국은 협상 진전을 위해 플루토늄과 HEU를 이용한 핵개발을 구분하지 않은 채 ‘모든 핵 프로그램의 폐기’라는 표현을 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북한은 물론 다른 참가국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 문제를 26일 개막식에서부터 치고 나왔다. 한술 더 떠 북한의 미사일 문제도 전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북한이 즉각 반발하지 않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든 트집을 잡을 소지는 다분하다.
한국은 이 같은 회담 악재들이 전면에 부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일종의 ‘폭탄 제거반’이다. 이번 회담의 성공이 이 같은 악재들을 얼마나 잘 피해 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은 “6자회담의 의제는 북핵 문제뿐이다. 초점을 분산시키는 행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외의 변수들이 회담에서 논의될 여지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베이징=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