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출범한 대한항공은 2004년 국제항공화물수송부문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항공사로 우뚝 섰다. 올해 10월부터 교체되는 새 유니폼을 입은 새내기 승무원들. 왼쪽부터 강지수 김진희 김현정 씨. 김미옥 기자
《대한항공은 1969년 국내 첫 항공사로 출범해 국내 항공 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시켜 왔다. 현재 32개국 91개 도시를 운항하며 보유 항공기만 115대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국제항공화물수송부문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명실상부한 국제 항공사로 자리잡았다. 대한항공 승무원 입사 시험은 서류전형→실무면접, 직무수행능력검사→임원면접→체력검사, 건강검진, 수영시험 등 네 단계로 이뤄진다. 올해 1월 입사한 새내기 승무원 김진희(25·중앙대 의류학과 졸업), 김현정(25·동덕여대 데이터정보학과 졸업), 강지수(24·상명대 행정학과 졸업) 씨가 입사 준비 과정과 회사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푸른 꿈을 안고
▽김현정=대학교 2학년 때 인도로 배낭여행을 갔어요. 대한항공을 이용했는데, ‘승무원들은 일을 하며 인도에 가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유롭게 세계를 누비는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죠.
▽김진희=전 대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때 설악산에서 외국인을 안내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적성이 서비스직에 잘 맞는다는 걸 느꼈죠. 승무원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도 이때부터였어요.
▽강지수=중학교 때 본 MBC 아침드라마 ‘짝’에서 승무원이 정말 멋져 보였어요. 그 뒤로 다른 직업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고 영어 회화학원도 꾸준히 다니면서 시험에 대비했어요.
▽김현정=저는 대한항공에만 2번 지원했어요. 다른 직장을 다니면서 다시 시험 준비를 했죠. 떨어진 이유를 분석해보니 편안하지 못한 미소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답할 때만 웃는 얼굴로 답했을 뿐, 나머지 시간에는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거든요. 그 후 ‘이 사람이 나와 대하는 순간이 최고라고 여기도록 만들자’는 생각으로 수시로 거울을 보고 자연스럽게 웃는 연습을 했어요. 미국 시트콤이나 AFKN 등을 보며 듣기 연습도 많이 했어요.
○자신감 있게…의외의 복병 ‘체력검사’
▽강지수=면접에서는 승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 등 편안한 질문부터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성공한 이유, 행정수도 이전 등 시사 현안까지 다양한 질문이 나왔어요. 답변 내용 못지않게 지원자의 이미지를 많이 평가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김진희=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승무원 시험에서는 무조건 참한 이미지를 줘야 한다’는 내용이 많은데 이는 잘못된 것 같아요. 한 지원자는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화분에 물주고 자수를 놓는 것’이라며 인터넷에 나온 모범 답안을 그대로 외워서 말했는데 최종 합격자에 들지 못했어요.
▽김현정=면접 때 말을 너무 많이 하면 떨어진다는 소문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어머니가 부르는 별명이 있느냐’는 질문에 ‘왈가닥’이라고 답했어요. 어머니가 시장에 갈 때면 꼭 저를 데려가셨는데, 제가 물건값도 잘 깎고 더 많이 얹어달라며 애교를 잘 부렸기 때문이라고 했죠. 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 ‘아차, 실수했구나. 말을 너무 많이 했어’라고 좌절했어요. 그런데 합격 후에 보니 동기 10명 중 9명은 다들 정말 씩씩하고 활달하더라고요. 승무원도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를 선호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강지수=영어회화, 면접 준비 못지않게 체력관리도 중요해요. 체력검사에서는 심폐지구력, 악력, 유연성 검사 등을 비롯해 배영을 제외한 영법으로 35초 이내 25m를 수영해야 하거든요. 100점 만점에 70점이 넘어야 해요.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점수가 약간 모자랐거든요. 영락없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조건부로 합격했어요. 알고 보니 공채 동기 103명 중 80명 정도가 조건부 합격이더라고요. 더욱 열심히 운동해 4월에 다시 시험을 봐서 70점을 넘었지요.
▽김현정, 김진희=저희들 역시 체력 검사에서 조건부로 합격했어요.
▽김현정=그래도 다 탈락시키지 않고 기회를 주는 걸 보고 대한항공은 가능성과 기회를 열어주는 곳이라는 걸 느꼈어요.
○비행 업무를 해 보니
▽김현정=첫 비행을 한 다음날에는 온몸이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어요. 이후에도 세 번 정도 이런 증세가 나타났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강지수=비행을 마치고 샤워할 때 보면 몸 여기저기에 멍이 들어있는 거예요. 동기들도 마찬가지고요. 기내에서 일하다 저도 모르는 사이 부딪쳤던 거죠.
▽김진희=실수했을 때는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어요. 한 번은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 한 여자 승객에게 담요를 늦게 가져가 드렸어요. 첫 업무라 깜빡 잊었다며 몇 번이고 사과를 드렸어요. 보름 후 회사로 편지가 왔는데, 그분이 ‘실수를 인정하는 마음이 진실하게 와 닿았다’며 ‘멋진 승무원이 되라’고 격려해 주셨어요.
▽김현정=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일반석에 탑승한 외국인 승객의 의자 등받이가 고장 나 약간 뒤로 기운 채 똑바로 서지 않은 적이 있었어요. 좌석이 꽉 차 다른 좌석으로 바꿔드릴 수가 없어 필요한 게 없는지 수시로 물어보고 비즈니스석에 제공되는 영화DVD를 권해 드리는 등 특별히 신경 썼어요. 무표정한 승객이었는데 나가실 때 제 손을 꼭 잡고 활짝 웃으며 ‘엑설런트’를 연발하셨어요. 피로가 싹 씻기는 기분이었죠.
▽김진희=선배 중에서는 영어에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까지 잘하는 분이 있어요. 알고 보니 쉬는 날 틈틈이 외국어 공부를 하고 대학원에 다니는 분도 많더라고요. 자기 계발에 힘쓰는 선배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답니다.
▽김현정=선배들은 비행 중에는 정말 엄격해요. 실수하면 곧바로 따끔하게 지적하세요. 하지만 업무 이외 시간에는 참 다정하고 잘 챙겨주세요. 화끈하게 잘 놀고 일할 때는 확실하게 하는 분들이죠.
▽강지수=일을 해 보니 승무원은 사교성과 친화력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승무원은 정규직 3400여 명과 비정규직 등을 합쳐 4000명 정도 되는데 비행 스케줄에 따라 팀이 계속 새로 구성되거든요. 처음 만난 동기, 선후배와 호흡을 맞춰 함께 일해야 하니까 승무원끼리도 빨리 친해져야 해요.
▽김진희=대한항공은 각종 온라인 강의를 마련하는 등 자기 계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사원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써요. 항공의료원이 있어서 진료, 처방도 모두 무료로 받을 수 있죠. 회사 내 피트니스센터, 수영장이 마련돼 있고 원하기만 하면 전문 트레이너의 관리를 받을 수 있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이렇게 뽑아요▼
대한항공은 매년 10∼11월 대졸 사원 공채를 실시한다.
토익 750점 이상이면 지원가능하며 서류전형→직무수행능력검사, 집단토론면접→영어면접, 임원면접으로 실시된다.
직무수행능력검사는 직무능력검사(70문항, 60분)와 인성검사(228문항, 30분)로 구성된다.
집단토론에서는 10명 내외로 팀을 구성해 시사 현안이나 항공 분야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찬반 토론을 한다.
영어면접에서는 원어민이 영어 회화능력을 평가한다. 지난해는 일반직 70명, 기술직 25명을 각각 선발했다.
여성 승무원은 2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를 대상으로 매년 하반기에 채용을 실시한다. 전공 제한이 없으며 토익 550점 이상이면 지원가능하다. 키는 162cm 이상, 교정시력이 1.0 이상이어야 한다.
전형과정은 서류전형→실무면접, 직무수행능력검사→임원면접→체력검사, 건강검진, 수영시험으로 구성된다.
임원 면접 단계에는 영어 회화 평가, 기내방송 안내문 읽기가 포함된다.
지난해는 공채로 103명을 뽑았다. 이와 별도로 인하공업전문대 졸업생 86명을 특별 채용했다.
남자 승무원은 별도로 신입사원을 뽑지 않고 사내 직원 중 파견 형식으로 매년 10여 명을 선발한다.
조종사는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에서 민간항공기조종과정을 수료한 사람이나 군 경력 조종사를 대상으로 연중 채용한다.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은 전공 상관없이 4년제 대학 이상의 학력이면 지원할 수 있다. 토익 750점 이상에 맨눈 시력 0.5 이상 등 신체조건을 갖춰야 한다.
지난해 군 경력자 31명,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 수료자 64명을 뽑았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