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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도청, 시간 끌지 말고 특검으로 밝혀라

입력 | 2005-07-28 03:09:00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 도청에 대한 진상 규명은 특별검사가 맡는 것이 옳다고 본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안의 성격이 복잡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여야(與野) 간 정략의 대상으로 변질될 우려마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사 주체로서의 검찰과 국정원 모두 흠결이 있어서 수사가 끝난다고 해도 논란이 가라앉을 것 같지도 않다.

사건은 원래 김영삼 정권 때이던 1997년 대선을 앞두고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장 간에 있었다는 대화의 녹음테이프(녹취록)가 공개되면서 불거진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관심은 이 대화의 내용과 도청 행위의 불법성에 모아졌다.

그러던 것이 그제 도청 당사자와 테이프 유출 관련자들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녹취록은 김대중 정권 당시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에게도 전달됐으며, 당시 천용택 국정원장은 테이프 유출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덮어버렸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나섬에 따라 새로운 의혹들이 증폭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당시 김대중 정부의 실세들은 테이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 테이프가 6년이나 지나서야 공개된 이유도 석연치 않을뿐더러, 직원들이 저지른 명백한 불법행위(테이프 유출)를 국정원장이 덮어버린 것도 의문투성이다. 이런 의문들까지 풀려야 사건의 진상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벌써 문제의 테이프가 ‘표적 공개’ 됐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판이다.

사건 수사를 검찰과 국정원에만 맡길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불법으로 취득한 자료를 토대로 수사할 수 있느냐는 법리적인 문제 외에도, 문제의 테이프에는 ‘떡값’을 받았다는 전·현직 검사들의 실명(實名)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과연 철저하게 수사할 수 있을지, 수사를 한들 국민이 그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정원 역시 자신들의 일인 데다가 정보기관의 특수성에 비춰 100% 투명한 수사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렇다면 특검으로 가는 것이 정답이다. 상대적으로 특검이 보다 중립적 입장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나라만 시끄럽다가 결국 흐지부지될 가능성마저 있다. 여야는 정치적 공방은 이쯤에서 그치고 즉각 특검 도입에 합의해 불법 도청의 전모를 밝혀내야 한다. 어느 쪽도 정치적 계산을 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