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박모 씨가 ‘국가안전기획부 X파일’ 녹음테이프를 MBC 이상호 기자에게 넘겨준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들이 자료를 주고받은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C는 “박 씨가 2004년 10월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프로그램 수석취재기자였던 이 기자를 찾아와 ‘1997년 대선자금과 관련된 녹취록과 테이프가 있다’며 녹취록을 먼저 건넸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녹취록이 신빙성이 있지만 녹음테이프 없이는 보도하기 어렵다고 보고 2개월에 걸쳐 박 씨를 설득했다는 것. 박 씨는 결국 “미국으로 오라”고 했고 이 기자는 지난해 12월 29일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녹음테이프가 박 씨의 서울 집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 기자는 박 씨를 재차 설득해 이튿날인 12월 30일 한국으로 함께 돌아와 박 씨에게서 직접 테이프를 건네받았다는 것. 이 기자는 당시 교포사회를 중심으로 박 씨의 신원에 대해서도 취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일부에서 제기되는 테이프 구매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MBC의 한 관계자는 “이 기자가 처음 미국에 갈 때 박 씨의 속내를 확인하지 못해 사비를 털어 1000만 원을 준비해 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당시 이 기자와 보고라인에 있던 상급자 사이에는 ‘박 씨가 돈을 요구해도 주지 말자’는 원칙이 서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취재 과정은 이 기자와 일부 상급자만 알고 있었을 뿐 보도국장 등 간부들조차도 제보자가 누군지 최근까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MBC 관계자는 “이 기자도 박 씨에게 테이프를 건네준 사람이 안기부 미림팀장 공운영 씨라는 사실을 다른 언론의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았다”며 “한국에 있던 박 씨와 연락이 닿아 그가 26일 출국한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추가 인터뷰를 위해 기자와 카메라맨을 박 씨가 탈 미국행 비행기에 동승시키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