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27일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의 불법 도청 테이프를 1999년 전 미림팀장 공운영 씨에게서 반납받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유출됐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정원 측은 이날 정치권의 한 핵심인사에게 “반납받은 테이프 200여 개와 문건은 국정원 내에서 소각된 것으로 당시 천용택(千容宅) 원장에게 보고됐지만 유출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천 전 원장과 당시 테이프 반납 처리를 담당한 직원 등에 대해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천 전 원장은 도청자료를 이용해 자신을 협박한 공 씨에게 국정원의 국제전화 관련 사업 이권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정원은 다음 주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국정원은 김승규(金昇圭) 원장이 도청 등 과거 불법행위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안기부의 불법 도청 테이프 전반에 대해 본격 수사 방침을 밝혔다.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은 이날 “수사의 핵심은 국가기관의 불법 도청 행위”라며 “안기부의 불법 도청 테이프가 있다면 모두 수거해 살펴보겠으며 필요하다면 국정원에 도청 테이프 관련 자료를 넘겨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청 테이프 수거 이후 완전 폐기 여부와 테이프 조작 여부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대중(金大中) 정부 핵심 실세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서창희·徐昌熙)는 문제의 테이프 등을 MBC에 건넨 재미교포 박모(58) 씨를 이날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또 공씨가 숨겨 놓은 불법 도청 테이프나 문건이 더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공 씨의 경기 성남시 분당 집과 개인회사인 서울 서초동 인우정보통신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