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신형엔진 박지성. 그는 뛰고 또 뛰는 ‘중원의 일개미’다.
박지성(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평발이다. 발바닥 가운데 둥근 아치 부분이 거의 편평하다. 많이 뛰면 발바닥 가운데나 뒷부분이 화끈거리고 쑤신다. 발목도 시큰거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무릎과 허리로 이어진다. 그의 발 생김새도 울퉁불퉁 꼭 모과 같다. 상처투성이에 여기저기 굳은살. 게다가 엄지발가락은 다른 발가락보다 약간 위로 치켜 올라갔다.
다행히 박지성은 ‘두 개의 심장’이 달렸다. ‘전차 엔진’을 달고 뛴다. 심장박동수가 1분에 40회 정도로 마라토너 이봉주(38회)와 거의 같다. 그만큼 쉽게 지치지 않는다. 그는 허리에서 좌우로 끊임없이 휘젓고 다닌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헤집으면서 상대 수비수들의 얼을 빼놓는다. 별명도 ‘산소통’ ‘논스톱 엔진’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사나이’ ‘말이라 불리는 사나이’ ‘중원의 일개미’ ‘강철 인간’ ‘신형엔진’ ‘바람돌이’ 등 끝이 없다. ‘딸기 소년’ ‘미키 마우스’ ‘고구마’ ‘애늙은이’ ‘바른 생활맨’ 등 그의 시골소년 같은 외모에서 비롯된 별명과는 전혀 이미지가 다르다.
박지성은 영리하다. 그는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는 데 능숙하다. 자신이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이 창조적이다. 상대 수비가 꼭 있어야 할 지점에 한 발 앞서 지키고 있다가 동료의 앞길을 터준다. 공을 가지고 있을 때도 동료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해 킬패스를 찔러준다. 그만큼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한 예측력이 뛰어나다. 몸이 부드러워 역동작에서도 패스를 정확하게 동료 발 앞에 놓아준다.
박지성의 움직임은 주로 좌우의 횡 쪽이다. 그러다 공간이 생기면 득달같이 골문을 향해 대시한다. 어느 땐 최종 수비수로 변신해 위험한 볼을 걷어낸다. 네덜란드 프로축구팀 PSV 아인트호벤에서 박지성은 좌우측을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면서 최전방과 수비수의 부담을 줄여주는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죽하면 프랑스의 한 TV 해설자가 “파흐크(박지성)는 분명 하나밖에 없는데, 마치 공격·미들·수비진에 파흐크가 1명씩 있는 것 같다(챔피언스리그 아인트호벤-리옹 전)”고 했을까.
‘축구천재’ 박주영의 움직임은 종적이다. 전후방으로 움직인다. 허리에선 동료에게 툭툭 패스를 찔러주며 힘을 아낀다. 공을 물 흐르듯이 부드럽고 쉽게 찬다. 볼을 끌거나 쓸데없는 드리블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기회다 싶으면 그대로 스피드를 실어 번개같이 상대 문전을 향해 드리블해 간다. 그는 상대 페널티에어리어에서 빈 공간을 찾아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뛰는 양은 박지성보다 부족하지만 순간적으로 돌아서는 능력이나 볼 터치는 거의 동물적이다.
한마디로 박지성이 울창한 대숲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져 다니는 날다람쥐라면 박주영은 대숲에 몸을 깊숙이 감추고 있다가 한순간 달려드는 자객이라 할 수 있다. ‘원 샷 원 킬’ 자객의 칼은 한 번 맞으면 치명적이다. 저격수(스나이퍼)는 오직 급소만 노린다.
하지만 날다람쥐는 파괴력이 약하다. ‘원 샷 원 터치’는 기껏해야 발톱으로 할퀼 정도다. 나풀나풀 바람같이 유럽의 장대 숲을 잘도 누비고 다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발톱을 뾰족하게 갈고 송곳니도 날카롭게 별러야 한다.
다행히 박지성은 26일 중국프로팀 베이징 셴다이와의 경기에서 이적 후 첫 골을 넣었다.
박지성은 누가 뭐래도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신형엔진’이다.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에 무서운 비수까지 품고 있다면 공포의 ‘신형 무기’가 될 것이 틀림없다.
김화성 기자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