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시대의 경제 법칙을 설파한 토머스 프리드먼의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27개국어로 출판됐다. 프리드먼은 시속 290km의 신칸센(新幹線) 기차를 타고 찾아간 기업도시 도요타 시의 자동차 공장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책 제목을 도요타가 만드는 ‘렉서스’ 차에서 따왔다. ‘사람들은 품질관리를 하고 사실상 거의 모든 일을 로봇들이 했다. 나는 자동차의 앞 유리를 붙이는 접착 로봇에 완전히 매료됐다. 로봇 팔이 유리창 주변을 돌아가며 뜨거운 액체 고무를 접착시키는데, 조금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일을 해냈다.’
▷도요타는 미국 포천지가 선정하는 글로벌 올스타 기업에서 5위에 오른 아시아 최대 기업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판매 대수만 놓고 보면 GM이 1위지만 순익이나 기술력 등에서는 도요타가 사실상 최고다. 도요타는 2년 연속 1조 엔 이상의 순익을 냈으며, 미국 시장에서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적자를 낸 GM을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달 입사 41년 만에 도요타의 새 사령탑에 오른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棲昭·63)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현대자동차를 분해하여 도요타와 비교해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나쁜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국 취재진을 의식한 발언이겠지만, 도요타가 라이벌로 생각할 만큼 됐으니 현대차도 대단하다. 현대자동차 역시 도요타를 비롯한 세계 명차(名車)들을 뜯어보고 벤치마킹을 한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회사가 세계 7위의 회사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더 주목할 일이다.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회장은 “길을 가도 한복판으로 걷지 않고 길가로 걸으며 행인을 살피는 것이 상인(商人)”이라고 도요타 직원들에게 교육을 시킨다. 도요타 정도 되면 길 한복판에서 어깨를 재며 걸을 만한데도 길가로 걸으며 거리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가면서도 뒤따라오는 경쟁자들을 연구하며 자기혁신을 멈추지 않는 것이 도요타 정신이다.
황 호 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