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대한 욕망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는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의 이야기를 다룬 ‘맥베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이 희곡의 한 장면을 19세기 오스트리아 화가 요제프 안톤 코흐 폰 게묄데가 그렸다. 사진 제공 푸른숲
◇셰익스피어/앤터니 홀든 지음·장경렬 옮김/396쪽·4만5000원·푸른숲
그의 작품은 잘 알고 있지만 정작 삶에 대해서는 낯선 셰익스피어. 영국의 유명 전기 작가 앤터니 홀든이 그림과 자료로 셰익스피어의 삶을 복원했다. 셰익스피어의 생애와 시대, 작품을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시대 속의 셰익스피어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동시에 그의 작품에 대해서도 친절한 길잡이 역할을 하는 평전이다.
특히 동판화, 유화, 사진에 이르는 190여 점에 달하는 도판이 호화 장정본에 실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공연되던 당시의 풍경과 시대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기존의 저명한 셰익스피어 전기 작가들, 이를테면 벤 존슨, 에드먼드 말론, 해럴드 블룸, 존 오브리, 앤터니 버지스 등의 관점을 정리, 분석해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제공하려 애썼다는 점도 미덕이다.
스트랫퍼드의 시골뜨기 소년이 런던의 극작가로 성공하고, 말년에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삶의 여정을 속도감 있는 문체로 한 편의 소설처럼 펼쳐 보인다. 그리하여 셰익스피어라는 거장도 알고 보면 우리 주변의 인간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사랑과 미움과 번뇌 속에서 삶을 살아간 사람, 삶의 애환 속에서 즐거워하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했던 사람임을 보여 준다. 원제 ‘William Shakespeare’(2002년).
허문명 기자 ang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