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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테이프 274개] 보고라인-회수라인 테이프 손안댔나

입력 | 2005-08-01 03:10:00


검찰이 최근 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미림팀장 공운영(58) 씨의 집에서 도청 테이프 274개를 압수함에 따라 외부로 유출된 도청 테이프가 더 있는지, 도청을 당한 대상자들이 누구인지 등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274개+α=도청 테이프 수와 관련해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는 ‘도청 테이프가 총 8000여 개 제작됐다’ ‘200여 개를 국가정보원에 반납했다’는 얘기 등.

이 중 ‘8000여 개 제작설’은 공 씨가 만든 도청 테이프가 모두 8000여 개에 달할 것이란 추측. 이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했다. 그러나 면밀히 따져 보면 현실성과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 씨가 미림팀을 이끌면서 도청한 기간은 1992년부터 1997년까지(1993년 제외) 길어야 5년을 넘지 않는다. 매일 도청 테이프를 1개씩 제작했다고 가정할 경우 1년에 많아야 300여 개. 5년 동안 1500개가량으로 추산된다. 1일 도청 분량을 테이프 2개로 가정하더라도 3000개 정도여서 도청 테이프가 총 8000여 개라는 설과는 거리가 있다.

이와 관련해 공 씨는 “8000개는 있을 수도 없고 뻥튀기”라고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274개 이외에 도청 테이프가 더 있을 것이라는 의혹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 씨가 검찰이 압수한 도청 테이프와는 다른 도청 테이프를 집이 아닌 다른 곳에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의 한 전직 직원은 “공 씨가 도청 테이프를 추가로 갖고 있다고 본다”며 “도청 테이프 274개와 녹취록을 집에 둔 것은 ‘내가 이런 엄청난 비밀을 갖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검찰과 사회 전체에 전달하기 위한 일종의 ‘협박용 카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 씨가 다른 곳에 보관 중인 테이프가 있을 경우 이것이 검찰이 압수한 274개의 복사본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또 국정원이 1999년 공 씨로부터 회수한 200여 개의 테이프가 검찰이 압수한 274개와 동일한 내용의 복사본일 경우도 생각해 봐야 한다.

다음 시나리오는 미림팀원 중 일부가 공 씨 몰래 유출했을 가능성. 미림팀원들은 수시로 멤버가 교체된 것으로 알려져 만약 도청 테이프의 외부 유출이 이뤄졌다면 상당한 양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림팀이 재건된 김영삼(金泳三) 정부와 도청 테이프가 회수된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핵심 관계자들도 테이프의 유출에 연루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274개 테이프의 등장 인물은=현재로선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이 도청을 당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공개된 ‘X파일’의 내용과 도청이 이뤄진 정치 사회적 상황 등을 종합해 보면 각계의 고위층 인사가 망라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공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청) 범위는 대통령 빼놓고 최상층부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치인을 비롯해 재벌, 언론인, 관료, 검찰 고위 간부 등이 주요 ‘손님’일 것으로 관측된다.

공 씨가 도청을 한 시기는 1992년과 1997년 두 차례 대통령선거와 금융실명제 실시, 한보그룹 기아자동차 부도 사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 국가 전체가 요동치는 대형 사안이 많았던 만큼 이와 연관된 정계 및 재계, 관계, 언론계 등의 인사들이 도청을 당했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