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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전망대]이강운/고객속에 블루오션이…

입력 | 2005-08-02 03:01:00


화장품회사 에이블씨엔씨는 2003년 ‘미샤’라는 브랜드로 초저가(超低價) 화장품 시장을 개척했다. 요즘 유행하는 경쟁 없는 시장, ‘블루 오션’이다.

그러나 미샤가 누린 독점적 지위는 오래가지 않았다.

초저가 브랜드 시장은 불과 2년 만에 더페이스샵 도도클럽 등 10여 개 업체가 경쟁하는 ‘레드 오션’으로 변하고 있다.

미샤는 올 2분기(4∼6월)에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2위인 더페이스샵에 처음으로 선두자리를 내줬다. 진입장벽이 거의 없는 시장에서 누가 1위고, 누가 2위냐 하는 문제는 순간의 기록일 뿐 그것으로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붉게 물드는’ 시장에서 단기전 승부는 큰 의미가 없다. 1등보다는 생존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초저가 브랜드 시장은 중간 가격대의 화장품 시장을 잠식하면서 당분간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시장은 커지지만 참여 업체가 늘어나면서 원하는 만큼의 파이를 가져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쟁 없는 새로운 시장, 블루 오션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시장진입이 까다롭지 않다면 블루 오션을 지키기는 더 힘들다. 초저가 화장품 시장에선 적당한 품질에 가격만 싸면 진입에 별다른 장애가 없었다.

기존 시장에 미련을 두는 것도 블루 오션을 지키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즈니스 역량을 한 곳에 모아야 하지만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카메라 필름회사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필름을 쓰지 않는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다. ‘디카’ 핵심기술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고객에게 친숙한 디자인과 편리한 사용법 개발에 소홀한 결과 디카라는 블루 오션은 경쟁업체인 캐논과 니콘 차지가 됐다. 디카보다는 전통적인 수익부문인 필름사업에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생활용품업체 LG생활건강은 올 상반기 사업부문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실속 없는 수출을 접고, 돈 안 되는 브랜드를 과감히 없앤 대신 비싼 브랜드 중심으로 마케팅에 주력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영업이익률은 크게 좋아졌다.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은 “생활용품이 성숙산업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1만 원짜리 시장을 외면하고 남들 다 만드는 1000원짜리 제품을 고집하면 ‘성장 정체’라는 족쇄에 갇힐 수밖에 없다. 차 사장은 산업이 성숙이냐 아니냐는 가치 혁신에 달려 있다고 본다.

블루 오션 전략의 핵심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면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의 영역에도 블루 오션이 있지 않을까.

고객과 가치 창조, 이것에만 집중하면 블루 오션은 별천지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강운 경제부 차장 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