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축구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중국대표팀을 꺾었다.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은 1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5동아시아연맹축구선수권대회 첫 경기에서 중국을 2-0으로 이겼다.
한국은 1990년 중국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에서 0-8로 패한 이래 여자축구에서 역대 전적 15전 15패(3득점 70실점)의 일방적 열세를 보여 왔다. 남자대표팀이 중국대표팀을 상대로 무패 행진을 벌여 오며 ‘공한증’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지만 여자대표팀은 반대로 ‘공중증’에 시달려 왔던 셈.
이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6위인 한국은 8위에 올라 있는 중국보다 오히려 앞선 조직력을 보이며 경기를 우세하게 펼쳐 나갔다.
한국은 전반 43분 한진숙이 페널티킥을 넣어 첫 골을 뽑았고 체력 안배를 위해 전반 종료 3분 전에야 투입한 간판 스트라이커 박은선의 측면 공격을 앞세워 후반에도 줄기차게 중국 문전을 위협했다.
박은선은 후반 20분 미드필드에서 문전으로 넘어온 볼이 골키퍼 손에 맞아 튀어 나오자 이를 잡아 두 번째 골을 넣었다. 박은선은 골키퍼를 제치느라 순간적으로 골문을 등지고 섰으나 발뒤꿈치로 공을 밀어넣는 묘기를 보였다. 경기 후 박은선은 “중국 팀이 많이 약해진 듯하다. 우리가 조직력에서 앞서 이긴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은 페이 엔카이 감독이 6월 중반에 부임하며 신예들을 대거 기용해 팀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
한국의 안종관 감독은 “15년 만의 첫 승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기쁘다”며 “젊은 선수를 많이 기용해 세대교체를 실험했는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편 FIFA 랭킹 7위로 중국을 제치고 아시아 선두에 올라 있는 북한은 일본(11위)에 1-0으로 이겼다. 북한은 전반 38분 이은숙이 강슛을 날려 첫 골을 뽑았고 끝까지 이를 잘 지켰다.
북한은 4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남녀 팀 모두 남북 대결을 벌인다.
전주=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