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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전 사령탑 맡은 김진선 강원도지사

입력 | 2005-08-02 03:01:00

강원도 두메산골 평창을 세계 속의 평창으로 끌어올린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이제 10년간 꾼 꿈에서 깨어나 새로운 꿈을 꿀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영대 기자


‘心之起爲意(심지기위의).’

이게 무슨 말인가. 마음이 일어나면 뜻이 된다? 꿈꾸는 자는 이룰 수 있다, 이런 얘긴가.

김진선(金振신·59) 강원도지사. 그는 대뜸 자신의 좌우명부터 써내려갔다.

지난달 29일 강원 평창군과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알마티(카자흐스탄), 소치(러시아), 보르조미(그루지야), 소피아(불가리아), 하카(스페인)의 7개 도시가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신청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갔다.

김 지사는 평창 캠프의 최선두에 서서 앞으로 치열한 유치 경쟁전을 벌여야 하는 사령탑.

“1996년입니다. 행정부지사 시절이죠. 낙후된 강원도가 세계에 우뚝 설 비방을 찾아 헤매다 계시처럼 떠오른 게 동계올림픽 유치입니다. 처음엔 가까운 사람들조차 고개를 가로저었어요. 하지만 일단 꿈을 꾸니 정녕 나무에서 고기를 찾는 건 아니란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역사는 창조에 의해 시작되는 거 아닙니까.”

“그때만 해도 겨울 스포츠 후진국인 한국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뛰어들 것이란 생각을 한 사람이 누가 있었겠습니까.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이 국가 주도 아래 진행된 것이라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는 거꾸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중앙정부로 올라가 국가가 관심을 갖게 된 경우죠.”

○짧은 환희, 긴 눈물

하지만 김 지사는 바로 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2010년, 2014년 두 번에 걸친 전북 무주군과의 치열한 국내 유치 경쟁은 떠올리기조차 싫은 끔찍한 추억. 경쟁은 지역 간, 정파 간 힘겨루기로 비화됐고 끝내는 각서 파동으로 얼룩졌다.

2003년 7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체코 프라하 총회 때 “표를 갉아먹는다”는 평창유치위원회의 결사반대를 무릅쓰고 김운용 씨가 IOC 부위원장 출마를 강행한 것도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됐다.

당시 평창은 1차 투표에서 51표를 얻어 캐나다 밴쿠버(41표)를 압도했지만 과반수에 3표가 모자랐고, 2차 투표에서 2표를 추가하는 데 그쳐 밴쿠버(56표)에 3표 차로 역전당했다.

“스포츠란 게 묘하더라고요. 프라하에선 사람들 다 보는 데서 넋 놓고 펑펑 울어 버렸죠. 그래도 위안이 됐다면 프라하의 잠 못 이룬 밤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본 것이죠.”

○두메산골에서 세계의 평창으로

비록 첫 도전은 실패했지만 ‘강원도의 힘’은 대단했다. 외국인은 발음조차 힘든 ‘펴엉∼창(PyeongChang)’은 이제 세계 지도에 확실히 각인됐다.

“세계가 먼저 놀라고 그다음 한국이 놀랐어요. 국제무대보다 국내를 이해시키는 게 더 어려웠다는 겁니다. 너무 외로웠어요. 하지만 이제 다를 겁니다. 모든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성원할 테니까요. 두 번 실패는 없을 겁니다.”

김 지사는 “2007년 과테말라 IOC 총회에선 프라하에서 2, 3위를 했던 평창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2파전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제는 꿈을 이룰 때

김 지사는 그동안 올림픽 유치와 관련해서만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돌았다.

“강원도에 대한 사랑이 깊지만 그뿐이 아닙니다. 평창이 2014년 유치에 성공하면 동계와 하계올림픽을 동시에 유치한 세계 7번째 나라가 됩니다. 국가 브랜드 상승은 물론 지구상 유일한 분단도(道)에서 통일을 향한 주춧돌을 놓고 싶은 거죠.”

김 지사는 요즘 또 다른 꿈이 생겼다. “2014년이면 은퇴해서 자원봉사자로 경기장 한쪽을 지키고 싶다”는 게 그의 새로운 꿈이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