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사 아들 장례식에 참석한 가족들1952년 11월 부산 중구 중앙성당에서 치러진 안중근 의사 아들 준생 씨 장례식에 참석한 안 의사 가족들. 안 의사의 여동생인 안 누시아 씨(왼쪽에서 세 번째)의 실존 모습이 유일하게 나와 있는 사진이다. 안 씨 왼쪽으로 안 의사의 동생 안정근 선생의 부인 이정서 여사, 안 씨 오른쪽으로 준생 씨의 부인 정옥녀 씨와 아들 안웅호(미국 거주), 안춘생 씨(전 독립기념관장)의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은 안 씨의 외아들 권헌 씨. 사진 제공 국제신문
“‘독립운동가 집안이라고 말하고 다니지 말라’는 아버지의 유언 때문에 지금까지 할머니의 묘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묘지의 국내 존재 여부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안중근(安重根) 의사의 여동생(세례명 누시아·?∼1954) 묘지가 부산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안 씨의 며느리인 오항선(吳恒善·95) 할머니 등에 따르면 안 씨는 1954년 부산 영도구 신선동 2가 자택에서 사망했으며 현재 부산 남구 용호동 천주교 교회묘지에 안장됐다.
안 씨의 묘는 당초 영도구 청학동에 있었으나 1974년 이곳에 부산체고가 들어서면서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는 것. 묘지에는 ‘안 누시아 성여지묘’라고 적힌 묘비가 세워져 있다. 묘비의 ‘안 누시아 성여’ 중 ‘성여(姓女)’는 안 의사 여동생의 이름이 아니라 안씨 성을 가진 여자란 의미다.
이곳은 안 의사의 유일한 여동생의 묘지이면서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아 묘지 관리가 초라하기 그지없다.
오 할머니는 “시어머니는 안 의사의 여동생이라는 이유로 일제의 감시와 탄압을 받으면서도 독립군을 몰래 도왔다”며 “한번은 일본놈들에게 잡혀 9일 동안 감금돼 있다가 구사일생으로 탈출했다”고 회고했다.
안 씨의 손자 권혁우(權赫宇·61·부산 남구 대연동) 씨는 “광복 후 김구(金九) 선생의 주선으로 서울에 살던 할머니가 6·25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 왔다”며 “당시에는 부산시장이 직접 챙겨줄 만큼 신경을 많이 썼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