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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박세리-김주연-장정…‘충청도 골프’ 세계를 흔들었다

입력 | 2005-08-02 03:01:00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 그리 길지 않은 삶 속에서 그들의 인연은 마치 어느 대중가요 가사를 떠올리게 한다. 꿈 많던 10대 선후배 사이로 깔깔대던 그들은 어느새 세월이 흘러 약속이라도 한 듯 잇달아 세계 정상을 밟았다. 1일 영국 사우스포트 로열버크데일GC(파72)에서 끝난 시즌 마지막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장정(25). 그보다 앞서 6월 US여자오픈 우승컵을 안은 김주연(24·KTF). 1년 선후배인 이들은 여러모로 닮은꼴이며 그 가운데는 ‘맏언니’ 박세리(28·CJ)가 ‘운명의 끈’으로 얽혀 있다.》

세 자매의 막내로 태어난 장정은 박세리와는 대전 유성의 이웃사촌. 장정의 둘째언니는 박세리와 유성 유아원 동기생으로 서로 집에 놀러 다닐 만큼 가까웠다.

장정이 골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박세리 때문이었다. 장정의 아버지(장석중 씨)가 골프하는 박세리를 보고는 어려서부터 운동신경이 뛰어난 막내딸에게 클럽을 쥐여준 것. 대전 중앙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 골프를 시작한 장정은 당시 충남 공주시 금성여고에 재학하면서 아마추어 최강으로 군림했던 박세리를 목표로 삼아 운동에 매달렸다.

유성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충북 청주시 상당고를 졸업한 김주연 역시 박세리가 고교 시절부터 우상이었다. 박세리가 고교 졸업 후 서울에서 훈련할 때는 같은 아파트에 머물며 틈틈이 개인 지도를 받기도 했다. US여자오픈 시상식에서 “세리 언니와 같은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던 김주연은 우승 뒤풀이도 박세리와 함께하며 기쁨을 나눴다.

국가대표로 1998년 방콕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의 단체전 은메달을 이끈 장정과 김주연은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거쳐 한국보다 미국에서 먼저 프로 데뷔했지만 오랜 역경 끝에 값진 결과를 얻은 과정도 비슷하다.

이들 세 명은 미국 진출 후 첫 우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한 공통점도 있다. 박세리는 1998년 LPGA챔피언십에 우승한 뒤 그해 US여자오픈을 제패했고 2001년에는 브리티시여자오픈 패권을 안았다.

주니어 골퍼 육성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온 유성CC와 그랜드CC(충북 청원군)가 연고지에 있어 어려서부터 실전 경험이 많았던 것도 대성의 비결.

충청의 힘으로 묶인 장정과 김주연은 선배 박세리의 뒤를 이어 한국 여자골프의 세대교체를 이끌고 있다. 다만 맏언니 박세리가 최근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한편 장정은 2일 낮 12시 반 OZ542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盧대통령 축전▼

노무현 대통령은 1일 브리티시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장정 선수에게 축전을 보내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많은 국민에게 시원한 감동을 주었다”고 격려했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거둬 대한민국의 명예를 드높이고 국민에게 큰 기쁨을 전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