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변호사들’에서 ‘윤석기’ 역의 김성수는 악독한 캐릭터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남성적 매력의 ‘옴 파탈(Homme Fatale)’을 연기한다. 사진 제공 MBC
“악역을 너무 잘하면 CF가 안 들어온다나요? 여자 친구가 제 연기 보면서 점점 재수 없어진대요. 시청률도 낮다고 걱정합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김성수’가 아니라 ‘윤석기’이고 싶습니다.”
시청률이 드라마 평가의 중요 기준이지만 시청률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드라마가 있다. 이른바 ‘폐인 드라마’라고 불리며 시청률과 상관없이 탄탄한 구성과 배우의 호연으로 각광받는 드라마들이다.
MBC 월화드라마 ‘변호사들’(극본 정성주·연출 이태곤) 역시 선과 악이 분명히 구분되는 두 변호사 정호와 석기의 대결구도로 폐인을 낳고 있다. 극 중 ‘진짜 나쁜 놈’으로 나오는 김성수(31)는 빼어난 악역 연기로 이 드라마의 긴장을 유지하는 주역이다. 짙은 눈썹이 돋보이는 그를 3일 만났다.
○ 나쁜 놈 연기가 재미있어요
“연기 시작 1년 10개월 동안 드라마 4편, 영화 1편을 찍었어요. 배역과 관계없이 이제 연기가 늘 때가 된 거죠.(웃음) 그동안 두 번째 역할만 했잖아요. ‘풀하우스’ 유민혁이나 ‘유리화’ 박기태처럼요. 캐릭터도 다소 밋밋했죠. 하지만 석기 역은 정말 연기할 맛이 납니다.”
그의 자신감은 극중 윤석기의 정체성에서 나온다. 사랑하는 여인 김주희(정혜영)를 한순간에 배신하고 악의 세력과 손을 잡지만 그 이유는 사랑하는 주희를 지키기 위해서였기 때문. 시청자들은 냉정함과 비열함 속에 아픔과 사랑을 숨긴 석기에게 연민을 느낀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악마와 계약했죠. 석기의 악은 사랑에서 옵니다. 보이는 데서는 강하고 비열하지만 뒤돌아서서는 아픔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이유 있는 악역이죠.”
시청자들은 젠틀한 부자 역할을 주로 하던 그가 비열하고 집요한 악당으로 변신하자 오히려 환호했다. 그는 “영화 ‘데블스 에드버킷’에서 악마로 나오는 알 파치노가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 ‘몸짱’ 사법고시생이라고 놀리더군요.
‘변호사들’에서 그의 연기가 돋보인 장면은 극 초반의 고문 신. 그는 전라로 고문 받는 장면을 촬영했다.
“저를 두드려 패 준 남현(박남현)이 형이 고마워요. 고문장면에서 유리액자로 내리찍는 것은 완전히 형의 즉흥연기였거든요.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좀 놀랐습니다. 주변에서도 너무 처절했다고 하더라고요. 제 누드를 보고 ‘사법 고시생이 배에 왕(王)자가 웬말이냐?’고도 하더군요. 하하.”
그는 극중 석기와 대칭을 이루는 인물인 정의로운 변호사 정호(김상경)가 사실은 석기와 비슷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정호는 선하지 않지만 완벽히 선하려 하고, 석기는 완전히 악하게 되려 합니다. 대칭점에 있는 사람들이 삶의 방식은 같은 거죠. 그건 두 사람의 주희에 대한 사랑 때문입니다.”
김성수에게 석기 다음은 무엇일까?
“나이가 더 들면 성숙한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긴 합니다. 인생을 알아가는 깊이 있는 사랑 연기요. 그나저나 오늘도 가수 션(정혜영 남편)이 홍삼 음료나 먹을 것 들고 촬영장에 왔으면 좋겠네요.(웃음)”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