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년 전 개는 동물 가운데 가장 먼저 인간의 친구가 됐다. 역사가 긴 만큼 인간의 난치병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도 최전선에 서 있다.
개는 영장류를 제외하면 사람과 공유하는 질병이 가장 많은 동물이다. 사람과 소가 함께 걸리는 질병은 50가지, 면양이 45가지, 돼지가 42가지이다. 이에 비해 개는 65가지의 질병을 사람과 공유한다.
같은 질병에 걸리는 동물에게서 치료법을 개발하면 사람에게 적용하기가 쉽다. 또 개는 사람과 생화학적, 생리적 특성이 비슷해 난치병 치료법을 연구할 때 실험동물로 자주 사용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1888년 루이 파스퇴르가 개발한 광견병 백신. 개를 통해 백신이 개발되면서 인류는 광견병의 사슬에서 풀려났다.
개에게서 처음 발견된 인슐린도 인류의 건강에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 왔다. 캐나다의 프레더릭 밴팅과 찰스 베스트 박사는 혈당이 상승한 개에 췌장 추출액을 주사하자 혈당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추출액에서 인슐린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인슐린 발견은 20세기 과학사에서 대표적인 사건이다.
신경세포의 기능도 개를 통해 규명됐으며, 비타민K도 개에게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인공 심장박동기(피스메이커)도 개를 통해 개발됐다. 인슐린, 비타민K, 신경세포에 대한 연구는 모두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미국의 조지프 머리와 도널 토머스 박사는 개 등 실험동물을 이용하여 장기이식 수술의 성공률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 역시 1990년 노벨상을 받았다.
최근에도 개는 노화, 심장질환, 당뇨 등 내분비 질환, 정신병 연구 등에 활발하게 이용된다. 황우석 교수팀의 복제 성공은 개를 이용한 질병 연구에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