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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한국여자 15년만에 첫승… 남자는 0-0 비겨

입력 | 2005-08-05 03:10:00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나란히 남북 대결을 벌인 여자대표팀(위)과 남자대표팀. 여자대표팀은 15년 만에 아시아 최강 북한을 1-0으로 눌렀지만 남자대표팀은 답답한 경기 끝에 북한과 비겼다. 전주=원대연 기자 ·김미옥 기자


남북한이 전주벌에서 축구로 하나가 됐다.

4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5동아시아연맹축구선수권대회. 남북한의 남녀 축구대표팀이 사상 처음 잇달아 한날 한 장소에서 국가대표팀 간 경기(A매치)를 치르며 어우러졌다.

결과는 남자는 0-0 무승부, 여자는 한국 팀의 1-0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는 페어플레이로, 팬들은 남과 북을 동시에 응원하며 그라운드에서 이뤄진 ‘작은 통일’을 만끽했다.

답답한 남자 경기에 비해 여자 경기가 팬들을 사로잡았다. 한국 여자팀이 후반 32분 터진 박은정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기고 종료 휘슬이 울리자 팬들은 큰 함성과 갈채를 쏟아내며 승리를 축하했다. 하지만 성원에 답례하는 북한 선수들에게는 더 큰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 한국 여자축구가 북한을 꺾은 것은 15년 만에 처음.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 0-7 패배를 시작으로 지난해 4월 히로시마에서 열린 2004 아테네 올림픽 예선에서의 1-5 패배까지 1무 5패 끝에 얻은 첫 승. 한국은 2연승으로 선두를 내달리며 6일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비겨도 자력 우승을 거머쥘 수 있게 됐다.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5동아시아연맹축구대회에서 남북한 축구가 만났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축구팬들은 양측 모두를 열렬히 응원하며 남북 화합을 기원했다. 경기가 끝난 후 ‘우리는 하나’라고 쓴 관중석의 피켓을 배경으로 남북 남자대표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여자는 한국이 1-0으로 승리했고 남자는 0-0 무승부. 전주=김미옥 기자

남자 팀의 경기에서는 골이 터지지 않았다. 1993년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1994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한국 3-0 승) 이후 12년 만에 만난 남과 북은 몸싸움 끝에 한국의 김정우와 곽희주가 부상으로 실려 나올 정도로 치열한 자존심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파울을 하면 상대의 손을 잡아주며 정정당당한 플레이를 펼쳤다. 역대 전적에선 5승 3무 1패로 남한이 우위.

이날 현재 북한이 1승 1무로 1위, 한국은 2무로 중국에 다득점에서 밀려 3위에 머물렀다.

전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요하네스 본프레레 한국남자대표팀 감독=젊은 선수들을 많이 넣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김두현이 전날 훈련 중 부상을 당했고 김정우도 오늘 부상했다. 6일 일본전에서는 선수들이 심리적 부담감을 어떻게 떨칠 수 있도록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김명성 북한남자대표팀 감독=한 달 전 새 팀을 맡아 많이 준비하지 못했다. 한국이 심리적으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것이기 때문에 수비수를 끌어들여 공간을 만들 것이라 생각했고 선수들에게 이를 주지시켰다. 중국전에서 이기면 우승인데 각성해 준비하겠다.

▽안종관 한국여자대표팀 감독=객관적 전력은 처지지만 선수들의 정신력이 북한을 압도했다. 유럽 전지훈련을 통해 강팀과 경기를 많이 해 수준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남은 일본전에서는 박은선을 선발 투입해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

▽김광민 북한여자대표팀 감독=날씨 탓도 있겠지만 선수들 몸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다. 남측의 방어가 좋았고 충분히 세계 10위권 수준이었다. 같은 민족 같은 동포로서 응원해준 데 동포애를 느낀다. 하루빨리 통일이 돼 한 팀으로 같이 뛰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