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도 모르는 지리 이야기/세계 박학 클럽 지음·윤명현 옮김/229쪽·1만1800원·글담
지리가 다루는 대상은 공간적 위치나 기후 조건과 같은 자연 환경만은 아니다. 삶의 터전으로서 자연은 분명 지리 공부의 출발점이지만 그것만이 전부일 수는 없다는 뜻이다. ‘도전과 응전’이라는 토인비의 말처럼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지리 현상 속에는 인간과 자연, 또는 인간과 인간의 상호 작용이 깃들어 있다.
자연 현상에서 비롯된 수많은 인과 관계를 따져 봄으로써 이 책은 논리적 사고의 발판을 마련한다. 또 그 과정에서 얻는 여러 가지 지리 정보와 배경 지식은 우리의 좁은 시야를 세계로 확장할 좋은 기회가 된다.
지구의 둘레는 얼마나 될까? 수학적 지리학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에라토스테네스는 기원전 3세기 전반에 이미 지구의 둘레를 측정했다. 약간의 오차는 있었지만 그의 과학적 실험은 논리적 사고의 힘과 가능성을 보여 준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에베레스트로 알려져 있지만 새로운 측정법은 카라코람 산맥의 K2봉을 꼽고 있다. 우리들의 상식이 기술과 과학으로 뒷받침되고 있음을 알려 주는 좋은 소재다. 이 밖에도 둘로 나뉘고 있는 아프리카는 지구대나 판 구조론의 개념과 함께 해안선이나 식물 분포, 산맥의 지질 구조를 근거로 한 대륙이동설을 익히기에 좋은 소재다.
지구가 맞닥뜨린 현안들이 무엇인가를 일러 주는 것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매년 15km씩 사막화가 진행되는 아프리카의 니제르나 해마다 조금씩 물속으로 가라앉는 산호초의 나라 몰디브를 통해 우리는 개발과 환경의 문제를 짚어 보게 된다. 직선으로 죽 그어진 아프리카의 국경이나 영토 분쟁으로 얽히고설킨 남중국해의 수많은 섬들, 그리고 지구 곳곳에서 아직도 매달 8000여 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는 지뢰 문제는 굴곡 많은 근대사의 청산이 우리의 과제임을 말해 준다.
청소년들의 흥미를 염두에 둔 이 책은 조금 단편적이고 잡다한 지식들의 나열로 깊이와 통일성이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그 작은 지식들은 분명 닫혀 있던 세상을 향한 새로운 관심과 이해를 늘려 준다. 특히 짧은 이야기마다 곁들여진 지도와 사진은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일 수 있는 지식과 개념들을 나의 것으로 구체화시킨다.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허리케인의 원인을 중국 베이징에서 있었던 나비의 날갯짓에서 찾을 수 있다는 나비효과를 생각해 보자.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현상이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낳는 것처럼 이 책의 작은 지식들이 모여 세상을 바라보는 큰 논리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