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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0주년 기획]히로시마, 거센 反美운동 왜?

입력 | 2005-08-06 03:05:00


최근 히로시마 일대에서 반미 운동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그곳이 세계 최초의 원폭 피해도시란 점 외에도 미국이 구상 중인 미군 재배치계획과 관계가 깊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가 원폭 공격 대상이 된 것은 일본의 서쪽 절반을 담당하는 군사도시였기 때문. 현재도 이 일대는 육상, 해상 자위대 기지는 물론 미군 해병대 기지, 미군 탄약창과 전략비축기지가 밀집한 군사 요충지다.

여기에 5월 미군은 도쿄 주변 아쓰기(厚木) 기지 기능을 히로시마에 인접한 야마구치(山口) 현 이와쿠니(巖國)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오키나와 주둔 공중급유기 15대도 이와쿠니로 옮겨질 계획이다.

이와쿠니 기지는 현재도 야간전투능력을 가진 미 해군 주력기 호넷 전투기 36대를 비롯해 전자첩보기,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특수기 등 60대의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군의 새 계획이 실현되면 히로시마 항에는 항공모함 2척분의 핵공격 함재기와 전투기 200여 대가 상주하게 된다. 미군은 한반도와 대만해협 등지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에 대비해 히로시마 만 일대 전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현지 지역신문인 조슈(長周)신문의 한 기자는 “히로시마 만을 핵 기지로 삼으려는 미군의 계획은 핵 피해를 본 지역 주민에게는 굴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히로시마=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