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와 언론계, 문화예술계의 대모(代母)로 큰 발자취를 남긴 조경희(趙敬姬·사진)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이 5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고인은 1918년 인천시 강화읍 온수리에서 태어나 이화여전(이화여대의 전신)을 마쳤다. 1939년 조선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디딘 뒤 1980년 한국일보에서 정년퇴임할 때까지 여성 언론인들의 리더 역할을 했다. 그는 한국여기자클럽 회장을 지냈으며 1979년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과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등을 거쳐 1984년에 여성 문화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예총) 회장에 당선됐다. 예총 회장 시절에는 예총회관을 마련했으며 잡지 ‘예술계’를 창간했다.
1988년 노태우 정권 시절에는 정무 제2장관에 발탁돼 여성 권익 향상에 힘썼다. 장관 재직 때 13개 시도의 가정복지과장을 일제히 국장으로 승진 발령 내는 데 역할을 했고,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건립 예산 500억 원을 마련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고인은 이후 예술의 전당 이사장, 한국여성개발원 이사장, 예술원 회원, 2000년 모스크바 국제 펜 대회 한국대표 등으로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했다.
그는 또 격월간 ‘한국수필’ 발행인으로 일했으며, ‘우화’ ‘가깝고 먼 세계’ ‘음치의 자장가’ ‘면역의 원리’ ‘낙엽의 침묵’ ‘지푸라기의 철학’ 등의 수필집을 냈다. 지난해에는 자서전 ‘언제나 새 길을 밝고 힘차게’를 펴냈다.
은관문화훈장,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본상, 프랑스 예술문학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달 7일에는 올해 대한민국 예술원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유족은 아들 홍춘희(洪春憙·개인사업), 딸 성미(性美), 손자 기두(基斗·해군 대위), 기돈(基敦·대한항공) 씨가 있다. 영결 미사는 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대성당.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1호, 장지는 충남 천안시 광덕면 선산. 02-929-6699
권기태 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