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빼앗아 한탕하려 했다”지난달 20일 강원 동해시 군 초소에서 일어난 총기 탈취사건의 용의자들이 5일 검거됐다. 수사본부가 설치된 동해경찰서에서 용의자들이 총기와 실탄 등 회수된 탈취 총기 앞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동해=연합
지난달 20일 강원 동해시 육군 23사단 예하 해안초소에서 군 장병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총기와 실탄을 훔쳐 달아났던 김모(27), 박모(35), 원모(35) 씨 등 3명이 사건 발생 16일 만에 모두 검거됐다.
군경 합동수사본부는 5일 김 씨 등을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와 경기 하남시의 집에서 각각 검거했으며, 이들은 동해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이들이 하남시 B낚시터 인근에 숨겨 놓았던 K-1, K-2 소총 등 총기 2정과 실탄 30발을 모두 회수했다.
박 씨와 김 씨는 특수부대 출신 선후배 사이로 군 복무 당시 동해안 지역에서 훈련을 해 범행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씨와 원 씨는 고향 친구 사이이다.
수사본부는 사업 실패로 돈에 쪼들린 박 씨가 강·절도를 벌여야겠다고 마음먹은 뒤 이를 위해 총기탈취 계획을 꾸미고 여기에 원 씨가 가담했다고 밝혔다. 김 씨도 “함께 군 생활을 한 박 씨가 총이 필요하니 도와달라고 요청해 와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합동수사팀은 범행 현장 주변 동해고속도로의 폐쇄회로(CC) TV에서 범행 시간대에 박 씨의 뉴그랜저 승용차와 원 씨의 쏘렌토 차량이 강릉 4터널을 통해 서울로 간 것을 확인하고 톨게이트의 통행권에 남은 지문 감식을 통해 이들의 신원을 확인해 추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관계자는 “박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추적해 일당의 주거지를 파악해 검거할 수 있었다”며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그간의 도피 경위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 등은 범행 후 군경 수사망을 피해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휴대전화 대신 시중에서 구입한 무전기를 이용해 자신들이 정한 암호로 연락을 주고받고 차량 번호판을 수시로 교체하는 등 치밀한 수법으로 군경의 추적을 따돌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