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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오경호/직업교육 연한을 다양하게

입력 | 2005-08-09 03:06:00


출산율 감소와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청소년 인구가 감소하는 반면 노인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생산가능 인구는 점차 감소하고 비생산 인구는 빠르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노동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주변 동남아국가에서 모자라는 인력을 무작정 수입해 올 수는 없지 않은가. 노동인구 감소에 대응해 가장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이 인력양성 체계의 효율화다.

다양한 산업화사회에선 고급 중급 저급의 기술 인력이 모두 필요한 것인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실업계 고교 졸업자의 상당수가 대학에 진학하고, 굳이 고학력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 석사 박사들이 몰리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인력이 모자라 아우성이고, 일할 수 있는 노동인구의 감소로 인해 국가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판에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불필요하게 필요 이상으로 교육에 계속 투자해야 하는 것인가.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지 간판으로서 졸업장을 따기 위한 것이라면 시간과 돈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선진국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다양한 직업에 따른 직무능력표준을 개발해 인력 양성의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직무에 따라 인력의 숙련 수준이 결정되고, 직업교육의 기준과 수업연한을 다양화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인력 양성 체제는 사회의 인력 수요와는 다르게 ‘다수의 연구 중심 대학과 소수의 직업교육 중심 대학’으로 이뤄져 있다. 이제 우리도 ‘소수의 연구 중심 대학과 다수의 직업교육 중심 대학’ 체제로 개편하고, 직업교육 중심 대학의 수업연한을 전공분야별로 다양화할 때가 됐다.

이를 위해 기존의 4년제 대학을 교육여건과 운영실적 등을 평가해 소수의 연구 중심 대학과 다수의 직업교육 중심 대학으로 통폐합해야 한다. 직업교육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전문대, 기술대, 기능대 등과 더불어 상호 경쟁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직업교육 중심 대학의 수업연한은 2년에서 5년까지 다양화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수업연한은 학생이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 담당할 업무의 성격에 따라 결정되기보다는 대학별로 2년제와 4년제가 획일적으로 구분돼 있다. 하지만 한 대학 내에서 개설되는 많은 전공들의 수업연한이 모두 획일적일 필요는 없다. 선진국과 같이 한 대학 내에 2년, 3년, 4년, 5년 등의 과정을 두어 프로그램 혹은 전공에 따라 불필요한 교육연한을 줄이고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사회에서도 명분 위주의 4년제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지 말고, 직능에 맞는 교육기간을 인정해 대우해 준다면 구태여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될 것이며, 과외를 받지 않아도 될 것이다. 최근 대학구조개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이번 기회에 미래를 위한 바람직한 인력양성체제의 큰 틀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경호 충청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