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의 반란’ 소송으로 종중원 자격을 얻은 출가 여성 대표들. 왼쪽부터 심정숙 이원재 이계순 씨. 박영대 기자
“대법원 판결에 따른 종중의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종중에서 벌써 여성 회원의 주소지를 파악해 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주최로 ‘여성종중원 인정판결 환영모임’이 열렸다.
이른바 ‘딸들의 반란’ 소송을 통해 종중원으로 인정받은 용인 이씨 사맹공파 출가 여성들과 청송 심씨 혜령공파 출가 여성들은 “판결 전보다 더 바빴다”고 말했다.
용인 이씨 대표 이원재(李源在·57) 씨는 “같은 자손인데도 시집간 딸이라는 이유로 혜택이 없어 억울하다는 생각에 소송을 제기했다”며 “판결이 난 지 20일이 채 되지 않아서인지 종중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이 씨는 “가만히 있으면 누가 재산을 나눠 주겠느냐”며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종중과 싫은 소리도 오갔지만 종중에 대해 악감정은 없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나 청송 심씨 대표 심정숙(沈貞淑·68) 씨는 “종중 총무가 판결 이후 전화를 걸어 ‘종중원으로서 임원 역할을 하라’고 요청해 왔다”면서 종중 회장도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 씨는 종중과는 별 문제가 없으나 가족과는 아직도 소원한 편. 그는 “출가한 딸도 가족이라는 것을 인정받고자 시작한 일”이라며 “아직까지 가족들 간의 서먹함과 냉정함이 딸들을 힘들게 하고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털어 놓았다.
‘딸들의 반란’ 소송은 종중 재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배제됐거나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한 여성들이 문제를 제기한 데서 시작됐다.
소송을 냈으나 종중 측과 합의하고 소송을 취하했던 성주 이씨 안변공파 출가 여성 대표 이계순(李桂淳·54) 씨는 “소송 과정에서 미움도 많이 쌓였는데 미움을 풀고 딸로서의 의무도 돌아볼 때”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3개 종중 70여 명의 ‘딸들’이 참여해 이번 판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