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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이언 브리머]미국과 중국이 친구가 되기엔…

입력 | 2005-08-12 03:08:00


요즘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대단히 좋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요구대로 위안화 평가절상을 단행했고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미국 석유회사 유노칼 인수 계획을 접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호전된 미중관계의 근저에는 갈등의 소지가 다분하다. 세계 패권을 놓고 대립하는 이들의 경쟁관계는 향후 동아시아에서 긴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미 국방부가 발표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중국의 군사력 강화를 가장 심각한 안보 위협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중국의 군사력 확대에 제동을 걸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부시 대통령이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초청해 극진히 대접하고 핵기술 이전을 약속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태국과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지난해 지진해일 피해를 본 인도네시아에 공개적으로 지원을 약속한 것 또한 중국 견제용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견제에 맞서 중국은 미국과 관계가 나쁘거나 소원한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미군기지 철수 요구는 중국과의 관계 강화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5월 ‘안디잔 사태’ 때 군병력이 민간인들을 과잉 진압했다는 미국의 비난에 반발해 6개월 내에 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우즈베키스탄의 미군 철수 요구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진짜 압력은 베이징에서 나왔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중국은 미군 철수를 요구한 우즈베키스탄의 석유개발사업에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정부는 또 인도네시아에 중·단거리 미사일 기술을 판매하겠다고 제안했다. 과거 동티모르 인권유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기술 도입이 막힌 인도네시아는 중국의 제안을 적극 환영했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중국 군부가 중앙정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강경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주청후(朱成虎) 중국국방대학 팡우(防務)학원 원장은 “중국은 재래전에서 미국을 이길 수 없다”면서 “중국은 ‘선제 핵무기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또 “전쟁이 나면 수백 개 미국 도시가 파괴될 것이다”라는 그의 위협은 최근 수십 년간 나온 중국 지도자들의 대미 견제 발언 중 가장 수위가 높은 것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곧바로 이를 개인적인 발언이라고 무마했지만 중국 고위 군간부가 최고 권력층의 동의 없이 이 같은 발언을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앞으로 미중관계는 악화될 소지가 많다. 미국 의회가 9월 속개되면 의원들은 중국에 대한 시장개혁 및 자유무역 확대 압력을 강화할 것이다. 이라크전 때문에 지지율이 급락한 부시 대통령은 의회의 압력을 거부하기 힘들지 않겠는가. 센카쿠열도 및 동중국해 가스전 시굴권 등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대립이 심화되면 미국은 또 일본 쪽으로 기울 것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란 핵 보유에 대한 제재를 추진한다면 반대표를 던질 것이 확실하다. 또한 유노칼 인수 실패를 미국의 정치적 압력 때문이라고 보는 중국의 시각은 향후 대미관계에서 강경파의 입지를 넓혀 줄 것이다.

미중관계 갈등을 유발하는 이 모든 요인은 강한 휘발성을 갖고 있다. 양국 간 경쟁관계가 정치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양국 간 일시적 화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미중관계 회복의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이언 브리머 세계정책연구소(WPI) 수석연구원

유라시아 컨설팅 대표

정리=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