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의 여름 저녁은 아름답다. 가족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어둑해진 하늘에 별이 찾아든다. 잠시 우주선을 타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푸른 행성 지구호!
그런데 우리는 지구 근처 이웃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태양계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태양과 그 둘레를 도는 아홉 행성, 소행성, 혜성 등이 모여 태양계 가족을 이룬다. 학창시절 외웠던 ‘수금지화목토천해명’만 기억나는 정도라면 괜히 책을 뒤져 보았다가 천문학적인 수치에 더 골치 아플 수 있다. 과일과 비교하며 행성들의 크기를 쉽게 알아보자.
아홉 행성 가운데 제일 덩치가 큰 것은 목성이다. 목성을 수박에 비유한다면 두 번째인 토성은 멜론 정도이다. 천왕성은 제사상에 올리는 조금 큰 배가 적당하다.
해왕성은 천왕성보다 조금 작으므로 사과가 좋을 것 같다. 우리 지구는 어떤 과일일까? 목성보다 11배가량 지름이 작으므로 방울토마토가 어울린다.
행성크기순으로 계속 정해 보면 방울토마토보다 살짝 작은 포도는 금성이고, 체리는 화성, 앵두는 수성쯤으로 한다. 제일 작은 명왕성은 적당한 것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앵두를 먹고 남은 씨 정도라고나 할까.
만약 키가 2m 이상이라고 알려진 농구 선수 서장훈이 9개의 행성 과일을 바구니에 담고 서 있다면, 태양의 지름은 그의 키 정도 될 것이다.
무더운 도시의 여름을 이기는 데에 행성 과일을 권해 본다. 더위에 약한 아빠에게는 시원한 목성표 수박, 토성만큼 예쁜 엄마에겐 멜론, 샛별처럼 멋진 아이들에겐 금성 포도가 어떨까?
최근 새로운 행성 후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2003 UB313’이라 이름 붙은 이 천체는 명왕성보다 2배나 먼 거리에 있고 크기는 명왕성보다 조금 큰 것으로 추정된다.
행성 식구가 하나 더 늘어날지 두고 볼 일이다. 물론 어울릴 과일을 정하는 것도 고민스러울 것 같다.
김지현 현암사 별학교 교장 hd11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