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어는 31-31. 경기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진정훈(19·경희대)이 높이 치솟아 오르며 던진 공이 덴마크 골키퍼의 쫙 벌린 팔과 다리 사이를 뚫고 골 그물로 빨려 들어가자 종료 휘슬이 울렸다.
한국 선수들은 펄쩍펄쩍 뛰며 환호했다. 대형 태극기를 펄럭이며 경기장을 돌고 또 돌았다. 이 순간만은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도, 수없이 포기하고 싶었던 피눈물 나는 훈련의 괴로움도 모두 떨쳐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국이 1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청소년핸드볼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덴마크를 치열한 접전 끝에 32-3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A조 2위 한국 청소년대표팀(19세 이하)은 이날 경기에서 엄효원(10골), 홍진기(9골), 김성진, 한기봉(이상 4골) 등이 펄펄 날며 B조 1위인 세계 최강 덴마크를 무찔렀다.
대부분 1986, 87년생인 한국 대표팀은 05학번 대학 신입생들. 이날 교체 골키퍼로 나와 25개 중 8개를 막아낸 용민호(17)는 아직 고등학교 3학년. 체코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용세라(18·한국체육대)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평균 신장 181.5cm, 평균 체중은 76.3kg에 불과하다. 유럽선수들과는 10cm 가까이 키 차이가 났다.
청소년대표팀 박영대(삼척대) 감독은 “최강으로 꼽히는 덴마크를 맞아 부담이 컸는데 우리 선수들의 자신감과 정신력이 앞섰던 것 같다”며 “결승전 때도 전진수비와 외곽슛, 속공으로 꼭 우승을 차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날 크로아티아를 이기고 결승에 선착한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 12일 초대 세계챔피언 자리를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펼친다.
한편 대한낭자들은 이날 체코 브르노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동유럽 최강 헝가리를 26-22로 꺾고 7연승을 달렸다.
전날 이미 4강을 확정한 한국은 이날 승리로 C, D조 1위를 기록해 A, B조 2위인 노르웨이와 13일 준결승을 치른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