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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를 읽고]최동호/경인방송 자생여건 만들어줘야

입력 | 2005-08-12 03:50:00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시청자들을 위해 만들어졌던 경인방송 iTV가 전파를 회수당한 지 여덟 달이 됐다. 서울을 제외한 경기 인천지역의 인구는 약 1300만 명으로 한국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토록 많은 경인 지역 주민들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기 지역의 방송사를 갖지 못하는 이상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iTV는 지역민방 가운데 유일하게 100% 자체 편성을 해온 독립성 높은 방송이다.

현재 방송은 중앙 중심적인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의 시대를 벗어나서 지역주민을 위한 정보와 프로그램을 지역에서 만들어 방송하는 내 고장 방송, 즉 ‘내로캐스팅(Narrowcasting)’의 시대로 변해 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경기 도민과 인천 시민들은 방송을 통한 지역문화 향수권(享受權) 측면에서 심하게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방송위원회는 지나치게 지난날의 경영 부실에 초점을 맞춰 재허가 추천을 거부했다. iTV가 그 지경이 된 원인을 따지자면 주주를 포함한 경영진의 무능과 편법 경영, 그리고 구성원들의 안일한 대응 등이 지적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iTV가 열악하고 제한적인 여건 속에서 힘들게 경영하다 900억 원의 손실을 봤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iTV는 YS와 DJ 정권을 거치면서 경기 전 지역도 커버하지 못하는 기형적인 방송을 해야 했다. 그동안 방송정책 당국은 iTV가 방송시장에서 적자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지극히 인색했다. iTV의 심각한 경영 사정에 대해 무대응과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역대 방송정책 당국 때문에 그동안 귀중한 전파 자원의 낭비가 거듭돼 왔다.

iTV의 정파 조치는 지역주의의 또 다른 결과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경기와 인천은 전국 곳곳 출신이 고르게 모여 있어 특유의 지역감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지방이다. 만약이지만 수도권 아닌 지역, 즉 충청 또는 영호남 지역의 방송사였다면 그만한 이유 때문에 방송사의 문을 닫게 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한국 방송사(史)에서 정부의 힘에 의해 방송사가 문을 닫게 된 경우는 1980년 언론 통폐합 때 자진 반납 형식으로 허가를 취소당한 동아방송과 동양방송이 있을 뿐이다.

다행히 방송위원회가 최근 iTV의 회생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iTV 방송권역(인천 및 경기 남부)에 경기 북부를 추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형식적인 재허가 추천으로 그치지 말고, iTV가 시장에서 적자생존할 수 있는 방송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역의 균형 발전이라는 참여정부의 시책에도 부합하는 길이다.

경기 도민과 인천 시민이 새로 태어날 iTV를 통해 뉴스, 드라마, 쇼를 시청하면서 생활의 즐거움과 편안함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최동호 세종사이버대 총장 前 한국방송진흥원 이사장